[인터뷰] 루시드폴, 내 인생의 아름다운 날들은…

입력 2011-12-28 16:49 수정 2011-12-2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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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안테나 뮤직)

하얀 피부, 반듯하게 잘 쓰여진 안경.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

가요계의 인텔리로 통하는 루시드폴이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파격 패션을 선보였다. 루시드폴은 지난 25일 하이디 복장으로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20일 5집 앨범 아름다운 날들을 발표한 지 5일만의 모습이다. 이렇듯 루시드폴은 조용한 듯 하지만 일명 스위스 개그로 장난을 치는 의외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신사동 안테나 뮤직 사무실에서 루시드폴을 만났다.

◇ 루시드폴, 물고기 마음

이런 저런 매력들을 툭툭 던져주며 루시드폴만의 음악세계를 그리고 있는 그에게 대뜸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그러자 루시드폴은 예전에 이성 친구가 그에게 쓴 편지를 소개했다.

“어느날 그 친구가 이런 편지를 써놓고 휘릭 떠나갔다. ‘너는 이런 아이다. 모든게 이중적이다. 너무 밝지만 너무 슬프고 너무 여성적이면서 마초적이다. 굉장히 섬세하지만 무디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러한 면이 물고기의 양면성의 두 가지 측면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런 자신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물고기인 듯, 2008년 자신의 15년 음악 인생(1994~2008)을 가사 모음과 수필을 결합한 형식으로 '루시드 폴 詩歌(시가) - 물고기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불의 가사를 소개했다.

이렇게 내 마음속 깊은 불씨들 / 이제는 나를 다시 태워버릴 것 같아/ 잡히지 않는 꺼지지 않는 들불처럼/ 언젠가 내가 나를 태워버릴 것 같아 (5집 불 中)

“이 노래의 가사처럼 사람들은 나를 차분해 보인다고 말들 하지만 내 안에 불 같은 게 있단 생각을 한다”

내면의 모습들을 가사로 표현했다는 그는 “이렇듯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 줄 수 있는 통로가 음악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루시드폴의 아름다운 날들

이번 5집 앨범 아름다운 날들에 대해 제목처럼 루시드폴의 아름다운 날들은 어떤 날들이었을까.

“아름다운 날들이라...”

그는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인생의 몇 군데를 짚었다.

“대학 시험을 막 친 후 한 달에서 두 달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모든 것에 해방됐고 그때 술도, 담배도 처음 배웠다.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됐던 날들이다. 그리고 1997년도에 처음 밴드를 만들어서 밴드 멤버들과 음악하고 같이 노래를 만들었던 시기가 설레고 행복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09년,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시기라 했다.

이 모든 시기의 공통점은 설렘과 본인 스스로 가장 원했던 일을 한 시기라 했다.

그는 이러한 아름다운 날들을 사우다데(saudade)란 단어로 표현했다. 사우다데는 포르투갈 어권에서 쓰는 단어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 향수등에서 오는 아련한 감정이라고.

(5집 앨범 '아름다운 날들' 재킷)

◇루시드폴의 가사는 한편의 時

루시드폴 앨범의 가사들이 한 편의 시와 같다. 가사를 쓸 때 어떤 감정들에 의해 쓰여지는지 물었다.

“특정한 것에 대해 정해 놓고 쓰진 않는다. 한 사물을 보고 자극을 받고 쓰기 시작한다” 가령 이번 앨범에 수록된 ‘여름의 꽃에서는 다큐멘터리에서 염전을 보고 쓴 것이라고.

“드넓은 염전에 염부들이 하는 일은 물을 대고 나중에 소금을 거둬들이는 일이다. 그때 생각했다. 이렇게 특이하면서도 숭고한 일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소금의 입장에서 부르는 노래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내 얘기로 흘러 가도록 가사를 썼다”

밤새워 나를 어루만지던 거친 바람들/ 하얗게 나를 빚어 주었던 뜨겁던 햇살/ 이제는 모두가 나를 위해 사라져준 늦은 이 밤/ 마지막 잠을 청한 채 단꿈을 꾸려 해

(5집 여름의 꽃 中)

앨범에 실린 11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물으니 그는 “이번 타이틀 곡 ‘어디인지 몰라요’ 란 곡이다. 당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곡이다”라고 답했다.

7월 곡 작업에 착수해 어느덧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와 있더란다. 이 곡은 그때 곡 작업을 하다가 창문을 보면 어두워져 있고 몇 시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시간들 속에서 쓴 가사라고.

이에 대해 혹시 최근 경험한 이별 감정을 노래한 것인지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답했다. 사랑을 잃고 길을 잃은 것 같은 그의 마음을 표현한 것.

눈을 떠보니 달라진 세상/ 캄캄하구나/ 나 혼자 있는 지금/ 몇 시인지 몰라요

피곤한 채로 몸을 늬어 봐도/ 잠이 오질 않아/ 나 혼자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몰라요

해가 너무 빨리 진 걸까/ 이 하루가 너무 길었던 걸까/ 기억이 나지 않아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어젯밤 담담히 멎은 사랑뿐인데

나 지금껏 헤매다가 이렇게/ 겨우 여기에 왔는데/ 나 지금 여기가 바보처럼 어디인지 몰라요

(5집 어디인지 몰라요 中)

“이 곡은 내 곡인데 위로가 된다. 내 마음이 활자화 되서 들려지니 더 울컥하더라”

그는 자신의 곡이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된다는 것은 본인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나이와 감성의 상관관계

이제 2012년이다. 이제 서른 여덟을 바라보고 있는 루시드폴. 그에게 나이를 먹는 것과 감정의 상관관계를 물었다. 루시드폴의 감성, 노래들은 어떤 환경, 시간에라도 침범당하지 않은 감성의 청정구역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감성이 무뎌지는 것 아니라 생각한다. 감성은 그대로인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사람들이 바뀌기 때문에 점점 감정이 무뎌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뮤지션의 경우 이런 감정들을 숨기지 않아도 될 암묵적 동의가 있지 않는가”

그는 이러한 암묵적 동의덕분에 뮤지션으로서 감성을 표현하는데 자유로운 면이 있고 그런 감성을 솔직히 노래에 담아내는 일련의 일들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루시드폴의 음악이 잔잔히 마음에 파장을 주는 이유는 이러한 진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해 소망을 물었다.

“지금처럼만 음악하고 싶다. 여름에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겨울에도 늘 공연하면서 말이다. 음반 2년에 한 장씩 내는 것을 쉬지 않고, 시간이 들어 나이가 들어도 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한편 루시드폴은 29~31일 서울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연말 단독 콘서트 '사일런트 나이트, 나일론 나이트(Silent Night, Nylon Night) 2011'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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