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영화계] "이래서 '흥'했고, 이래서 '망'했다"

입력 2011-12-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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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한민국 영화계는 ‘반전’과 ‘복병’ 그리고 ‘스타 몰락’이 두드러졌다. 반대급부로 무거운 주제로 인식돼 온 이른바 사회파 영화들의 흥행은 눈에 띄었다. 2011년 영화계의 트렌드를 살펴봤다.

◆ 예상 밖 선전 아니 ‘대박’

올해 한국영화 흥행 포문은 지난 1월 개봉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부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조선명탐정’의 총 누적관객수는 479만5460명이다. 제작비 70억대로 손익분기점은 220만명이었다. 하지만 두 배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매출에서도 350억대의 대박을 터트렸다. 당초 개봉 당시 이 같은 흥행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당시 한 영화 관계자는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형태며, 김명민과 오달수의 조합이 어딘지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티켓파워 배우가 전무해 큰 성공을 점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소문과 함께 별다른 경쟁작이 없던 점이 의외의 흥행으로 이어지면서 극장가를 발칵 뒤집어 놨다.

영화 ‘써니’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 5월 개봉한 ‘써니’의 총 관객수는 737만5110명. 이 기간 개봉작들을 살펴보면 ‘쿵푸팬더2’ ‘캐리비안 해적4’ ‘토르 : 천둥의 신’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모두 ‘써니’를 넘어서지 못했다.

‘써니’는 ‘스타성 부족한 배우’ ‘여배우 주연은 성공 못한다’ ‘10여명이 넘는 주연급 여배우 출연’ ‘복고 위주의 스토리’ 등 충무로 기피 요소를 모두 갖춘 영화였다. 하지만 중장년층의 공감대 형성과 입소문의 여파 및 SNS를 통한 다시보기 열풍이 불면서 ‘써니’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영화 ‘써니’의 배급사 관계자는 “겉은 복고지만 스토리의 세련됨과 10대부터 40대까지의 여성층이 공감한 내용이 성공 요인인 것 같다”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고정 소비층 움직인 것도 한 몫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복병의 연속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른바 사회파 영화들의 약진을 넘은 흥행세도 올해 한국영화계의 트렌드다. 이런 분위기의 한 가운데를 점령한 작품이 ‘도가니’다.

2005년 실제 광주 인화학교에서 일어난 청각장애우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내용이나 스타일 면에서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이른바 ‘도가니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서는 안될 영화였나 겁이 날 정도”라며 흥행세를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 9월 개봉한 ‘도가니’의 최종 스코어는 467만3409명.

‘완득이’의 열광도 눈길을 끌었다. 가난, 장애, 다문화 가정 등 우리 사회 어두운 이면을 코미디에 버금갈 정도로 경쾌하게 풀어냈다. 건강한 스토리의 공감대는 흥행세로 이어졌다. 더욱이 완득이는 개봉 뒤 주당 점유율이 떨어지는 양상을 무시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유율이 올라갔다. 지난 10월 개봉한 ‘완득이’의 누적관객수는 531만5692명.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요즘 관객들은 볼거리보다도 스토리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더 큰 점수를 주는 것 같다”면서 “대작의 볼거리도 지금의 흥행 공식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분석했다.

◆ 예상 못한 참패…왜?

그 같은 경향은 올해 참패를 면치 못한 대작 영화들의 스타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올해 여름 시즌을 장식한 ‘퀵’ ‘고지전’ ‘7광구’의 실패가 대표적인 예다. 세 작품 모두 100억대 넘는 대작들로 기획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열린 뚜껑 속 결과물은 예상 밖이었다.

‘퀵’이 312만9251명, ‘고지전’이 294만9198명으로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으며, ‘7광구’는 224만4326명으로 제작비조차 건지지 못했다. “'여름장사는 블록버스터”라는 영화계의 오랜 공식이 무너진 사례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세 작품과 함께 ‘빅4’로 불린 ‘최종병기 활’은 745만9974명으로 마감하며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한 영화 담당 기자는 “고지전의 경우 여름 영화의 트랜드인 볼거리 위주의 가벼운 킬링 타임용으로 보기엔 주제와 방식이 너무 무거웠다”고 분석했고 “‘퀵’ ‘7광구’는 철저한 기획상품임에도 전반적으로 함량 미달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세 작품 대비 ‘최종병기 활’은 기존 사극에선 볼 수 없던 ‘활 액션’의 생경함이 화면에 살아나면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밖에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 장진 감독의 ‘로맨틱 헤븐’, 나홍진 감독의 ‘황해’ 등이 이름값 대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송강호 주연의 ‘푸른소금’과 정재영-전도연 주연의 ‘카운트다운’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모두 영화팬들로부터 스토리와 구성적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받은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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