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정선거 항의시위 전국 확산

외국거주 러시아인, 동조시위

러시아의 총선 부정 규탄 시위가 수도 모스크바를 넘어 러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10일(현지시간) 5만명이 넘는 시민이 시위를 벌였고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7000명이 거리로 나왔다.

산업 허브 지역인 시베리아와 우랄, 극동 지역 등 러시아 전역의 60개가 넘는 도시에서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여명이 규탄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부정선거 결과 취소·공정하고 개방된 재선거 실시·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면서 “러시아는 해방될 것” “푸틴 없는 러시아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권력을 잡은 이후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각계 각층의 시민과 정치세력을 끌어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자유주의자에서 공산주의자, 과격 민족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치세력을 끌어모았다.

민족주의 지도자 콘스탄틴 크릴로프는 시위에서 “통합러시아당이 우리 모두를 그들에 맞서 단합하게 하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유성향의 ‘야블로코당’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당수는 “수치스럽고 부정된 선거를 무효화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푸틴을 권력에서 몰아내기 위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도 현지에서 고국의 시위를 지지하는 동조시위를 벌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 주재 러시아 영사관 앞에서는 러시아인 200여명이 모여 재선거와 푸틴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 주최 측은 영국 런던과 홍콩, 일본 도쿄, 캐나다 밴쿠버 등 세계 10여개 도시에서도 시위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례적으로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총리 공보실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시위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시민은 항의와 찬성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권리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한 계속 보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동안 부정선거 항의집회 허용 참가자 수를 300명으로 제한해 왔던 모스크바 시당국은 이날 3만명까지 허용했다.

러시아 국영TV도 이례적으로 시위 상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보도했다.

참가자가 너무 많아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스크바 시위는 물론 일부 다른 지역의 시위 장면까지 방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