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겨냥 'X카 프로젝트'…전륜구동 첫 국산 '엑셀' 탄생

입력 2011-11-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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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달려온 한국자동차]<21>

▲X카 프로젝트로 개발된 엑셀은 미국시장을 겨냥한 첫번째 전략소형차였다. 국내 최초의 전륜구동차이기도 하다.
1981년 10월, 일본 미쓰비시에서 엔진을 들여와 포니와 포니2를 생산하던 현대자동차는 미쓰비시와 본격적인 기술제휴를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산 30만대 생산공장과 수출 20만대를 목표로 삼은 새로운 전략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향후 4년간 외국자본을 포함해 총 4000억원을 투입, 울산공장내에 30만대 규모의 전륜구동 소형차 공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생산공장 건설과 신모델 개발을 통합해 거대 프로젝트였다. 이른바 ‘X카 프로젝트’다.

◇30만대 규모 공장 세우고 수출전략 모델로 개발= 1981년 당시 국내 자동차 보유대수는 57만대에 불과했다. 승용차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만대 수준이었다. 한해 국내생산 승용차와 상용차 등을 모두 합쳐야 13만대였던 시절이다. 이 가운데 승용차 생산은 6만6000대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 현대차가 느닷없이 울산공장 내에 연산 30만대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을 때 현대차 직원들조차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세상은 현대차의 계획을 야심찬 도전, 아니면 지극히 무모한 망상으로 취급했다.

이미 연간 15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던 현대차는 30만대 공장 준공으로 생산능력 45만대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 공장에서 새로운 수출전략 모델을 생산하겠다는 전략이었다.

1980년대 초 내수시장서 인기를 끌었던 포니2는 최첨단(?) 신형에 속했다. 기존의 포니보다 실내가 넓었고 편의장비도 나름 넉넉했다.

당시로서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국산차였지만 세계적인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유럽을 중심으로 연비가 좋고 실내가 넓은 ‘전륜구동’소형차가 큰 인기를 끌던 무렵이었다. 이태리 디자이너 쥬지아로와 협력해 온 현대차도 발빠르게 이 형태를 도입했다. 이미 1978년부터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기본 설계방향도 수립했다.

포니2가 기본적으로 포니의 뼈대를 함께 쓰며 스타일링만 달리한 반면 야심차게 개발에 착수한 X카는 이제껏 다뤄보지 않았던 공기역학적 스타일을 도입했다. 승차감 개선을 위해 서스펜션을 손보고 당시로서는 최신 메커니즘도 적용했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수출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안전법규와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기 위한 기술개발전략도 세웠다. 부품과 차체 조립 등도 대량 생산을 위한 시스템도 개발했다.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지 5년여 만인 1984년 1월, 최초의 시험차 35대가 만들어졌다. 현대차는 이 시험차를 캐나다와 미국에 보내 혹한 및 혹서 테스트를 치렀다.

이미 세계 유수의 완성차업체들이 실시했던 시험이었지만 당시 한국차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가장 고민이었던 차 이름은 의외로 쉽게 정해졌다. 국내 여건보다 미국 수출을 염두에 둔 모델인 만큼 단순하고 강렬한 이미지에 ‘뛰어나다’는 의미를 담아야 했다. 결론은 ‘엑셀(Excel)’이었다.

성능과 품질이 ‘뛰어나다’는 의미를 담은 영문 ‘Excellent’에서 따온 이름으로 수출 전략차종으로서의 자신감과 의지를 담고 있었다.

▲엑셀과 동일한 플랫폼으로 개발한 세단형 프레스토. 큰 차를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성향에 맞아 해치백보다 인기를 끌었다.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개발명 ‘X카 프로젝트’로 개발된 현대차 포니 엑셀은 30만대 공장 준공식이 열린 1985년 2월 세상에 공개됐다.

본격적인 마이카 혁명을 앞두고 선보인 포니 엑셀은 5도어 해치백 타입이었다. 당시는 경쟁 메이커였던 대우차가 독일 오펠사의 소형차 카데트(Kadette)를 베이스로한 ‘르망’을 개발하던 때였다.

현대차도 이에 맞서기 위해 포니 엑셀에 트렁크를 갖춘 4도어 세단 ‘프레스토’를 선보였다. 이듬해 르망에 이어 기아차 프라이드가 선보이면서 마침내 현대차와 대우차, 기아차로 이어지는 본격적인‘소형차 삼파전’이 시작됐다.

삼파전에서 언제나 우위를 점했던 엑셀과 프레스토는 현대차에게는 상반되자만, 깊은 교훈을 남겼다.

초기 미국시장 진출후 연간 20만대가 넘게 팔리며 성공적인 수출모델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세상에 현대차를 알렸던 주인공이기도 했다. 반면 낮은 품질수준으로 미국사람이 현대차를 등지게끔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결국 현대차는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시장에서 고전하기 시작했다. 초기 신차 품질이 낮아 브랜드 인지도 역시 빠르게 추락한 것이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렀고 1990년대말 중형차 EF쏘나타부터 품질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국인들은 다시 현대차를 되돌아보게 됐다. 품질을 앞세워 미국인들을 다시 현대차로 되돌려 세우는데 10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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