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회계연도 1분기 말(2011년 9월 말) 기준 HK저축은행의 자산은 2조6004억원으로 전체 저축은행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2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의 격차도 15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2009회계연도 말 HK저축은행의 순위는 10위였지만 불과 1년여 만에 7계단이나 수직 상승한 것이다.
부산·제일·토마토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살아남은 저축은행들도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자산이 감소한 데 반해 HK저축은행은 소비자 금융의 강점을 토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사실 HK저축은행은 2000년대 초반 구 한솔신용금고 시절 당시 자산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1위의 저축은행이었다. 지역은행 전환을 검토할 정도로 위용이 대단했다. 한솔그룹 산하에 있던 한솔신용금고는 자산이 5000억원대였지만 2000년 국민은행 소속의 부국금고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부국금고의 막대한 부실과 대규모 신용불량 사태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결국 한솔그룹은 2003년 한솔저축은행을 미국의 사모펀드에 매각하게 된다.
이때부터 HK저축은행의 시련이 시작됐다. 경영진이 지분을 끌어모아 1대주주인 사모펀드 PPRF(퍼시픽캡림펀드)에 대항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터진 것이다. 이 와중에 경영난은 더욱 심화돼 BIS 비율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4%대까지 떨어졌다. 주주총회에서 용역직원들과 주주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회사의 이미지도 땅에 떨어졌다.
결국 1년 여에 걸친 경영권 분쟁이 2005년 마무리되고 이듬해 대주주인 PPRF는 현 HK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겼다. 인수 직후 미국계 사모펀드라던 PPRF는 사실 국내 건설 시행사의 대표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4년 말까지도 HK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1위였다. 하지만 MBK 인수 후 HK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을 털어내고 소액 신용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 본격적인 부실 털기에 나섰다. 다른 대형사들이 PF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HK저축은행의 자산 순위는 지난 회계연도 말에는 10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저축은행에 퇴출 쓰나미가 몰려오자 자산 클린화 작업이 빛을 발했다. 자산 10위권 내 저축은행 가운데 4곳이 문을 닫았고 살아남은 대형 저축은행들도 충당금 적립으로 자산이 감소하는 형상을 겪고 있다. 반면 HK저축은행은 소액 신용대출 중심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다시 업계 수위의 저축은행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