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⑮물가억제정책에 피멍드는 식품업계

입력 2011-10-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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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간섭·내수부진·환율리스크…글로벌화로 넘어라

MB 정부 들어 식품업계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IT와 자동차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동안 식품업체들은 내리막길을 걷거나 항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의 물가억제 정책이 당장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식품 쪽에 집중되면서 업체들은 폭등하는 국제 곡물 시세 조차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최근 2~3년간 정부의 물가억제정책 희생양은 설탕과 밀가루에서 시작돼 ‘신라면블랙’으로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 제품 가격을 결정짓는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정부의 인위적 물가정책에 심하게 말하면 가격결정구조는 이미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나 왜곡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임원은 “정부가 서민을 위해 물가를 잡으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특유의 강압적 성격으로 인해 생산자는 개발의욕이 저하되고 소비자는 제품의 선택권이 박탈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식품업체 도대체 어떤 상황이길래 = 국내 최대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설탕 사업부문에서만 약 390억 원대 적자가 났다. CJ제일제당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4%, 당기순이익은 61.2%나 줄었다. 설탕과 밀가루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나마 바이오 부문의 선전으로 적자를 상쇄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2009년 이후 원당시세와 환율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요인이 약 60% 에 이르지만 실제 가격인상은 36% 정도에 그치면서 적자가 지속된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1등 CJ제일제당 뿐만 아니라 소재와 가공식품 부문 할 것 없이 상반기 식품업계는 정부의 가격단속에 맥을 못추렸다. 특히 제분과 제당 뿐만 아니라 라면 등 정부의 가격 억제 압박이 심했던 업체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대한제당과 대한제분의 영업이익은 각각 45.8%, 62.2% 줄어든 65억원과 83억원에 머물렀다.

국내 1위 라면업체 농심 역시 매출은 전년 대비 5% 가량 늘어난 99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5.7% 줄어든 643억원에 그쳤다. 라면값은 작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제가 부활되며 지난해 수준으로 가격을 환원시킨 제과 및 빙과 업체들의 향후 사정도 나아질 게 없어보인다. 해태제과는 이미 상반기에 이익이 25%가량 줄어든 상태에서 최근 주요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지난해 6월 수준으로 동결키로 결정해 이익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물건은 잘 팔리지만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제품 가격에 반영을 하지 못해 마진이 악화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식품회사들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리스크 돌파…글로벌화가 정답 = 정부의 가격단속이 심해지면서 식품업계에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사업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부의 정책리스크에 민감하지 않은 부문을 확대하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 산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좋은 예. 지난 해말 회사 수장을 맡았던 김홍창 대표를 김철하 총괄 부사장으로 6개월만에 전격 교체하며 향후 바이오 사업부문에 대한 집중 투자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김철하 대표는 바이오사업 분야 전문가로 매년 20%에 가까운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린 인물이다.

지난해 핵산(식품조미소재)이 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로 바이오부문 연간 매출은 2009년보다 19.4% 늘어난 1조5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2009년 1116억원에서 2010년 1797억원으로 61.1%나 신장했다. 설탕과 밀가루 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그나마 바이오 부문에서 메꾼 것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바이오공법으로 2103년 말부터 사료용 아미노산인 ‘메치오닌’을 본격적으로 생산한다고 밝혔다. 메치오닌은 전세계 40억 달러 시장 규모다. 메치오닌 생산이 시작되면 핵산(식품조미소재),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등 4대 사료용 필수 아미노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CJ제일제당이 앞으로 글로벌 그린바이오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성과 시장가능성이 높은 4대 사료용 필수아미노산 체제는 기본이다”며 “향후 메치오닌을 비롯해 기존 아미노산 제품 강화는 물론 다양한 산업소재로까지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그린바이오 No.1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로 정부 간섭을 많이 받는 기존 분유와 우유 중심에서 커피사업으로 대이동에 나섰다. 벌써 대형마트 커피믹스 시장에서 10% 이상의 판매 점유율을 올리면서 네슬레를 제치고 2위에 오르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0여년 만에 커피믹스 지장의 구도를 재편하며 2014년 매출 2조원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성장경 남양유업 총괄 전무는 “참살이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가 강해지는 점에 주목해 제품을 개발했다”며 “올해 말까지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신라면블랙이 한국에서 고사되자 농심은 해외로 판로를 뚫었다. 중국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고, 미국과 일본 등 기존 신라면 판매망이 있는 곳 중심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국내 정책 리스크를 피해 그동안 연구개발 비용을 뽑기 위해서라도 제품을 해외로 돌렸다며, 대부분 기업들이 정부규제가 덜한 글로벌화에 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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