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①한국경제는 지금 몇 시인가

입력 2011-10-04 11:12 수정 2011-10-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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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체력마저 고갈

전 세계 경제가 벼랑끝에 내몰렸다. PIGS(포르투칼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의 재정적자가 눈덩이 처럼 늘어나면서 유럽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경제도 성장동력을 잃으면서 하강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는 지금 브로큰윙(Broken Wing)의 처지에 놓여 있다.

세계 경제의 위기속에 한국 경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불황이라는 악재에 노출돼 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태평양 한 가운데 한국호가 파고를 헤치며 육지를 찾아 헤메고 있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 선진국 위기, 신흥국으로 전이 = 미국의 최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있던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한국 경제도 리먼 파산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국내 경제는 초토화됐다.

당시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지출을 늘리는 등 각종 대책을 펼치며 사태 악화를 막고 경기를 부양시켰다. 한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며 위기의 끝을 보는 듯 했다. 간간히 세계 경제의 더블딥 애기가 있었지만 흘려듣기 일쑤였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다시 리먼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PIGS의 재정위기가 날이갈수록 확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 경제는 성장을 구가하기도 전에 재정위기에 발목이 잡혔고 미국까지 저성장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경제 악화에 따른 여파는 고스란히 신흥국인 중국과 한국 등에 번지면서 세계 경제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더블딥이라는 단어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은 것은 세계 경제의 위기가 목전에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해외 악재에 취악한 한국경제 =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 수출 위주의 성장을 이뤄내는 국가로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세계 주요 국제기구와 은행,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은 세계 경기악화에 따른 수출감소 등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9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최근들어 급감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ㆍ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 경제로서는 선진국들의 경기 불황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파른 환율 상승의 악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급등하고 있는 물가도 한국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9월 현재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4%대를 넘어서면서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암시하는 근원물가도 상방향으로 고개를 쳐들고 있다.

세계경기 악화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여파가 한국 경제에 전달되면서 원화 약세-물가 급등-수출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스테그플레이션’위험↑ …부양정책 펼치기 어려워 = 한국경제는 현재 12시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 경제라는 시계추는 강한 동력으로 금융위기의 어둠을 뚫고 한낮의 태양빛을 머금은 정오를 지나 어둠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듯 하다.

서서히 한국 경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GDP 대비 경제성장률 4% 중반으로 예상했던 대다수 연구기관들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 경제가 어둠속을 강력하게 뚫고 새벽빛을 보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이라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하지만 리먼 사태이후 전 세계에서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물가를 잡지 않고서는 경기 부양은 함부로 쓸 카드가 아니다. 이는 자칫 경기는 하락하고 물가만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정부는 단기외채 감소로 인해 재정건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사실상 국가부채는 184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가 빚이 지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말 보다 무려 211조원(12.9%) 늘어난 것이다. 국가직접채무는 392조80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부채의 경우 386조6000억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국가 빚이 늘어나면서 경기 하방을 저지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찾아온 더블딥의 망령을 떨쳐버릴 수 있는 동력이 약화된 한국 경제가 리먼사태 이후 또 다시 찾아온 세계 경기의 어둠을 힘차게 뚫고 지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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