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채용 확대 열풍…두 번 우는 대졸백수

입력 2011-09-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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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금융권 등 일정비율 할당…대졸자 기회 차단 ‘역차별’ 논란

# 은행권 취업을 희망하는 A씨(26·여)는 최근 불고 있는 고졸채용 열풍이 달갑지 않다. 4년제 대학을 나온 자신이 취업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A씨는 “정부가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대졸자에게 취업문을 더 좁게 만든 것 같다”며 “채용에서 같은 점수를 받았는데 대졸자라는 이유만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에서 불고 있는 고졸 채용 바람을 둘러싸고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시 일정 비율을 고졸에 할당하는 방식 등이 추진되면서 일부 대졸자의 취업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고졸 채용 바람의 시작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이후 고졸 채용을 장려하는 발언을 내놓자 정부가 공생발전의 후속조치로 고졸채용을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와 금융권, 대기업 등에서도 고졸 채용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8개 시중은행은 2013년까지 전체 채용인원의 12% 수준인 2700여명을 고졸자로 채용하고 지식경제부 산하의 60개 공공기관은 연말까지 550여명의 고졸 사원을 뽑는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30개 주요 공공기관도 고졸출신 사원을 20~30%까지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고졸자 비율을 정해두고 채용하게 되면 자칫 지금도 살벌한 경쟁에 있는 대졸 구직자들을 이중고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4일 발표한 201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대학원 전문대 등 전국 553개 고등교육기관의 평균 취업률은 58.6% 수준이다. 대졸자 10명 중 4명 이상이 백수인 셈이다.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고졸 채용이 이 같은 고용시장의 현실에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신입 채용의 30~40%를 고졸자에 할당하면 단순히 계산해도 10~20%의 대졸 구직자가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게다가 고졸 채용에 나선 은행권이나 공공기관, 대기업 등은 대졸자들도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에 속한다. 고졸자를 위한 보호장치가 대졸자들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기존에 관심을 안가지던 고졸 취업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학 진학률이 80%가까이 되고 그곳에 더 많은 일자리 수요자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없이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작은 부분(고졸자)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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