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 두 토끼 잡을 순 없나요?"…괴로운 워킹맘들

입력 2011-08-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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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女 직장인들 '사내보육시설' 설립 요구 한 목소리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저출산국가가 됐다. 1980년 2.82명이던 출산율이 2009년엔 1.15명으로 감소, OECD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19년 이후엔 인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여성 직장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육아와 직장생활 병행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직장인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가정과 직장에서 눈치를 받기도 한다.

또 커리어를 쌓길 원하는 일부 여성 직장인들은 육아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들이 애초에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다.

육아와 직장생활 모두를 성공적으로 행할 수는 없을까. 직장인 남녀 모두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꼽는다. 출산장려를 소리 높여 외치지만 그에 따른 배려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소수이지만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사내보육시설 설립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그 숫자도 적고,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지도 않았지만 시작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자료=인크루트
◇女직장인 “일 때문에 아이 안 낳을 수도”= 여성 직장인 5명 중 1명은 직장생활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을 생각도 있다’는 여성 직장인들이 20.4%에 달했다. 자녀보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직장생활을 택하겠다는 것. 조사대상은 결혼 의향이 있는 미혼 여성 직장인 319명이었다.

또 출산 후에도 직장생활을 이어간다는 여성 직장인들은 94.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경제적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모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출산과 자신의 커리어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육아와 직장생활 병행이 힘들겠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출산 후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가족의 도움’이 4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지원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만 섞인 요구도 많았다. 직장인들은 ‘자녀가 있는 직원에 대한 회사의 배려’(35.4%), ‘육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18.2)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워킹맘 신모(31)씨는 아이를 근처 보육시설에 맡기고 있지만 불안하다. 질이 좋지 않은 일부 보육시설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부터다. 직접 아이를 볼 수 없으니 불안도 배가된다. 또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신씨는 “솔직히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게 너무 힘이 든다”며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겨도 불안한 점들이 많아 신경이 쓰이고, 경제적으로도 힘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육아 관련 지원이나 보육시설이 있다면 조금 수월할 텐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서 그런 건 꿈도 못꾼다”며 “때문에 과거 직장선배들도 출산 후 몇 년 안돼 회사를 그만두곤 했다”고 하소연했다.

▲자료=인크루트

◇대기업들, ‘워킹맘’ 위한 사내보육시설 점차 ‘확대’= 실제 국내 기업들 가운데 사내보육시설을 갖춘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55개 기업의 94.8%가 사내보육시설이 없었다. 사내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5.2%인 8곳에 그쳤다. 그것도 대부분 중견기업 이상 규모(대기업 4곳, 중견기업 3곳, 중소기업 1곳)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기업들이 사내보육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대기업들의 사내보육시설 설립이 늘어나야 향후 중소기업으로까지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사내보육시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월엔 서울 서초동 사옥의 보육시설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입주한 C동 1층에 이어 삼성생명이 들어선 A동 3층에도 1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을 내년 1월까지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서초사옥 1층 보육시설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 회장은 당시 대기 순번이 길어지고 있다는 임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즉석에서 지시했다.

LG그룹도 내년부터 사내외 보육시설 건립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 경기 평택사업장에 이어, 내년에는 경북 구미, 경남 창원사업장 등 사내보육시설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 이어 내년부터는 LG복지재단을 통해 보육시설을 설립, 지방자치단체에 기증하는 사회공헌사업도 계획 중이다.

GS건설은 건설업계 최초로 지난해 말 사내보육시설을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 올 초부터 운영되고 있는 ‘GS건설 어린이집’은 전문교사, 조리사 등을 포함한 총 6명의 보육 교직원이 상주, 유아들을 돌보게 된다.

조선, 중공업과 함께 아직까지 남성중심문화가 강한 건설업계에선 최초다.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이번 어린이집 개원으로 출산 후 육아문제를 고민하는 여성 직원들은 물론 맞벌이 남성 직원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J그룹도 지난 5월 육아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여성 직원들을 위해 사내보육시설 ‘CJ키즈빌’을 설립했다. ‘제2의 사옥’인 서울 쌍림동 소재 CJ제일제당 빌딩 2층에 위치해 있다.

또한 향후 CJ키즈빌의 운영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려 주말 보육 등 다른 사내보육시설과는 다른 획기적인 보육시스템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 밖에 SK그룹, 유한킴벌리 등의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을 실천하며 사내보육시설를 운영, 직장인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155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사내보육시설 설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점으로 ‘CEO의 의지와 마인드’를 가장 많이 꼽았다. 무려 34.2%에 달했다. 결국, 직원들을 생각하는 CEO의 마인드가 사내보육시설 유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

직장인 김모(30)씨는 “매번 말로만 직원복지를 외치는 CEO보다 즉각 실행으로 옮기는 CEO의 모습에서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며 “대기업들의 이런 모습들이 중소기업으로까지 하루 빨리 전파돼 직장인들의 육아걱정을 덜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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