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약가인하의 ‘함정’…제약업계 살리려다 망친다(?)

입력 2011-08-19 14:31 수정 2011-08-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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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약가 인하로 신약개발 의지와 제품 품질 떨어뜨려…선의의 피해업체 양산도 우려

정부의 유례 없는‘사상 최대’약가 인하 움직임에 제약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또 한번 떨어진 약값 깎기‘폭탄’에 제약업계의 볼멘소리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복지부의 일괄 약가인하는 오히려 제약산업을 망치는‘자가당착’적인 모순이라며 거센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관련 규정을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우선 동일 성분 의약품을 건강보험에 등재한 순서에 따라 약품 가격을 차등 결정하던 기존의 계단식 약가방식은 폐지된다.

대신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보험 상한가가 부여돼 특허만료 전 약값의 68~80%였던 상한가격은 53.55%로 낮아진다. 내년 상반기엔 대부분의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가가 50% 수준으로 일괄 인하되는 셈이다.

이같은 정부의 압박 드라이브에 제약사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더 이상의 추가 약가 인하를 감당해 낼 여력이 남아있지 않아 제약산업은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토로다. 한국제약협회는 제약산업의 존폐를 가름할 만한 가혹한 정책이라며 ‘법적 대응 불사’를 내세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추가적 일괄 약가인하의 충격은 제약업계가 R&D 투자비와 광고·홍보비를 전액 삭감하고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여도 상쇄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기존의 기등재의약품 약가인하와 시장형 실거래가제 영향으로 이미 1조 3900억원 이상의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다한 중복 조치는 정책의 신뢰성과 안전성 훼손만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일괄적 약가 인하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의 정책 추진 배경이 과도한 판매관리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리베이트 단속으로 적발된 제약사에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순리”라며 “차등을 두지 않는 무조건적인 약가 인하는 선의의 피해업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제약사들의 미래 성장동력인 신약개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중 지원사격을 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조차도 결국에는 약가인하 대상이 될 수 있어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점치고 있다.

다국적의약품 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예기치 못한 매출 감소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R&D 투자에 매진할 수 있겠느냐”며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명분으로 하는 약가인하는 위반기업은 엄중히 처벌하되, R&D에 주력하는 성실 기업의 연구개발 의욕까지 꺾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의 향후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2분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인하 개편안이라는 최악의 악재까지 겹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상위 47개 제약사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에 그쳐 사상 최악의 부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내년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은 예상했던 것보다 제약업체 실적에 미칠 파괴력이 훨씬 크다”며 “평균 17%의 약가인하라는 정부의 초강수가 그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도 있지만 12월 정부의 약가인하 안이 확정되기까지 제약업종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보라 대신증권 연구원도 “내년 1월부터 일괄 약가인하가 시행되면 신규 복제약 가격은 기대가격보다 12.5% 낮아지고,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은 최대 33% 매출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제약사들이라고 상황은 크게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강한 규제 속에 외국계 제약사들의 7월 원외처방 조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9% 증가한 1,975억원을 기록하여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정부의 약가인하가 이뤄지면 외국계 제약사 역시 성장률 둔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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