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상현(47. 가명)씨는 저녁뉴스 때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일당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비가 오면 공사가 중단돼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천재지변이라 원망도 못 하겠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오늘도 새벽에 인력시장에 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고 하소연 했다.
올 여름 한반도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막대한 농작물 피해를 본 농촌의 농가 부터 건설 일용직 근로자, 피서지 상인에 이르기 까지 많은 사람들이 직간적접 피해에 울상 짖고 있다.
올 여름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비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6월 1일부터 8월 17일까지 78일 중 무려 49일이나 비가 내렸다. 평년(최근 30년)과 비교 할 때 무려 16.5일이나 비 온 날이 많았다. 전국 평균 일조량도 54.2시간으로 평년(96.9시간)의 56%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은 하루 햇빛을 보인 시간이 2시간을 넘었던 일수가 8월 들어 3일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짧았다.
이로 인해 전국 농작물 침수피해 면적이 5만5000ha(지난 9일 현재 농식품부 집계)를 기록하고 피해금액이 사상최대인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록적인 비 피해는 농가 뿐만이 아니다.
긴 장맛비는 여름 한 철 특수를 누리는 피서지 상인들을 한숨짓게 했다. 대표적 피서지인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지난 14일까지 25만9361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36만2944명에 비해 10만명 이상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은 비 피해가 막심하다도 하소연 한다.
유통업계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비가 잦다 보니 일반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 하면서 여름 휴가철 높은 신장률을 보이던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매출도 주춤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7월 매출 신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12.5% 수준에 그쳤다. 이는 신세계 상반기 전체 신장률이 16.5%임을 감안할 때 7월 매출 신장률이 상반기 평균 이하인 셈이다. 이마트도 6월 매출 신장률이 4%, 홈플러스 3.6% 등 대형마트들의 신장률은 한자리 수를 넘지 못했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은 비수기인 7~8월에 특수를 누리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바깥 외출을 포기한 사람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신 홈쇼핑을 이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잦은 비는 여름철 대표 과일까지 바꿔 놓았다. 여름철 제철 과일인 수박, 참외 등이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가 떨어지자 이들 과일 대신 복숭아와 수입과일의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복숭아 매출이 전년대비 108% 신장한데 반해 수박 매출은 30% 이상 감소했다.
또 대표적 수입과일인 바나나의 경우 전년대비 110% 신장했고 키위, 체리 매출 역시 전년동기 각각 110%, 122%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난히 많이 내린 비 덕분에 올해 특수를 누린 제품도 있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레인부츠’는 필수품목이 됐다. 여기에 우산, 곰팡이 제거제 등 다양한 장마철 용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비오는 날에는 파전과 막걸리 먹어야 한다는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듯 부침가루와 막걸리 등이 평소보다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이마트의 부침가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2% 늘었고 막걸리는 무려 51.2% 가 팔렸다.
비 때문에 우려했던 전력대란은 무사히 넘겼다. 7월 주택용 전력량은 50억9100만㎾h로 전년같은 기간에 비해 0.4%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7월 주택용 전력량이 2009년에 비해 6.4% 급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것이다. 이처럼 2011년의 여름은 긴 장마에 우리 모두를 웃고, 울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