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출근시간에 숨겨진 '메시지'

입력 2011-08-11 10:46 수정 2011-08-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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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이전 출근 '직원들 긴장하라'.. 삼성그룹의 당면 과제와 현안도 엿 볼 수 있어

#11일 오전 8시10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서초사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의 배웅을 받으며 42층 집무실로 올라갔다. 전날 삼성그룹은 사장단 회의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을 “평상심을 갖고 지켜보자”는 입장을 정리했다.

# 지난 9일 오전 7시45분. 이건희 회장은 평소 보다 빠른 시간에 서초 사옥으로 출근했다. 전날 미국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美 신용등급 충격으로 6%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계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골몰했다.

이건희 회장의 출근 패턴을 읽으면 그가 그룹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엿 보인다. 삼성그룹의 당면한 현안과 문제점도 알 수 있다.

지난 4월21일 서초 사옥 집무실로 출근을 시작한 이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을 위해 세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이틀 가량 씩 총 21일을 서초사옥에 출근했다.

이 회장의 일반적인 출근 패턴은 화요일과 목요일, 임직원들의 출근 시간인 8시20분 전후.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그룹에 긴장감이 필요할 때 이 회장은 8시 이전에 출근한다. 월요일과 금요일에 서초사옥에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일반적인 출근 패턴과 다른 경우는 그룹 내외에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9일 이건희 회장은 평소 출근시간보다 훨씬 빠른 7시45분께 서울 서초사옥에 출근,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으로 부터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후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과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등 금융 계열사 사장단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미국 경제 위기가 곧 바로 삼성전자에서부터 모든 계열사에 이르기까지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한 조기출근으로 해석된다.

11일 이 회장은 평상시와 같은 오전 8시10분 쯤 출근했다. 전날 그룹이 미국발 금융위기 파장에 대해 “평상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마당에 조기 출근으로 경각심을 불어 넣기 보다는 평시 출근으로 직원들의 동요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달 19일에도 7시30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전날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축하 만찬을 다녀오는 등 저녁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평소보다 한시간 가까이 일찍 출근한 것.

이는 동계올림픽 유치의 짐을 덜고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테크윈의 비리 사건 이후 품질 및 윤리경영 등 삼성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이건희 회장은 화·목 출근이라는 정기 구도도 변화시켰다. 금요일인 지난 6월24일 아침 서초사옥 집무실로 출근해 미래전략실의 김순택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삼성전자 경영진을 불러들였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과 관련한 법원 판결의 파장과 대책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근로자들에 대해 산업 재해라고 판단했다.

3일 뒤인 27일 월요일에도 이 회장은 8시께 출근했다. 7월 6일 평창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있는 남아공 더반으로 출국하기 전 그룹 현안을 점검하고 조직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메시지를 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출근을 시작한 것 자체가 그룹에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며 “이건희 회장의 행동 하나하나가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출근 패턴의 변화에도 조직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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