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전세계 증시가 최근 패닉 상태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재현이라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 유동성 공급 효력 상실과 해법 부재 등 이번 위기가 2008년과 다르며 더욱 심각한 3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경제위기가 2008년과 다른 결정적 차이는 근본원인이 완전히 다르다는데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시장 바닥에서 시작됐다. 주택 구매자들의 지나친 낙관이 문제를 일으켰다. 월가는 당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증권화해 파는 방식으로 주택 버블을 더욱 부추겼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이 이들 금융권의 모기지 관련 상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도 문제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절정에 달한 주택 버블이 붕괴하자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정치권에서 시작됐다고 WSJ는 전했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한편 경기부양에도 실패한 세계 각국 정부가 기업과 금융계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는 민간부문의 소비, 투자의 급격한 침체를 야기했고 높은 실업률과 성장 약화라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현재 위기에서 시장과 은행은 2008년과 달리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 놓인 것이다.
두 번째 차이는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푸는 유동성 공급정책의 효력이 상실했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세계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과 저금리 정책,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대해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유동성 부족이나 민간기업의 과도한 부채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기업과 가계가 부채 문제로 시달리는 정도는 2008년보다 훨씬 덜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 11월 금융위기 해법과 동일한 2차 양적완화를 실시했으나 결국 경기회복세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결론적으로 세계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취할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WSJ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연준의 양적 완화를 통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현금이 넘치는 상황에 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뱅크오브뉴욕맬런이 대규모 예금에 이자 지금 대신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중에 현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나 ECB가 화폐를 찍는다고 투자심리가 회복될 리는 없다고 WSJ는 분석했다.
WSJ는 현재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과감한 개혁을 실시하거나 시장이 내적인 힘에 의지해 탈출구를 마련하는 길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