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십 붕괴...세계 경제 갈 길 잃다

입력 2011-08-09 11:36 수정 2011-08-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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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지속된 미국의 패권이 채무 위기로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선진 경제를 이끌어온 리더십도 덩달아 힘을 잃고 있다.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세계에 파급을 몰고온만큼 당연한 귀결이라는 평가다.

미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가장 치명타를 입은 글로벌 리더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임박해 채무한도를 증액하는 과정에서 여야의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미 리더십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바마는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일부 신용평가기관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언제나 ‘AAA’등급 국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년말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5개월,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기는 커녕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오바마의 재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위기 때마다 쓴 소리를 쏟아내는 앨런 그리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의 말발도 이제는 허공을 울리는 메아리 신세다.

그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주식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당연한 경고를 날렸다. 그의 예상대로 8일 세계 증시는 폭락세를 연출했다.

그린스펀은 “미국이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면서 “미국보다는 오히려 유럽이 더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어둠의 예언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위기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최근 경기 침체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일부 기대를 비판하면서 선진 경제가 극심한 2차 침체를 맞을 수 있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미국의 최근 경제지표들은 엉망이다”며 “일자리 증가는 아직도 미약한 수준이고 경제성장은 부진하고 소비와 제조업생산은 옆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했다.

루비니 교수는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도 인플레이션에 의해 제약될 수 있다”며 인플레 둔화 이후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내놓을 수 있지만 그 때는 이미 너무 늦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팔을 걷어 부쳤다. 그는 “S&P의 이번 판단은 실수”라며 “미국은 AAA 등급을 잃었지만 사실은 AAAA 등급을 받을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위기 와중에도 7일 재보험사 트랜스애틀락틱 인수전에 뛰어드는 과감함을 보이며 투자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미국이 더블딥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시장은 스스로 역학관계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유럽의 경제대통령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어깨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트리셰 총재는 퇴임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유럽 재정위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현지시간)에는 ECB의 재정 악화를 무릅쓰고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매입을 단행했다. 그는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더 나은 통화정책이 시행되는 것을 돕고 이를 통해 유로존 시장 안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제코가 석자인 ECB의 재정은 다른 기관을 도울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 “유로 시스템 전체에 관해서는 우려하지 않고 있으며, 유로권 전체를 보면 미국, 일본, 또는 어떤 경제대국보다도 훨씬 더 양호한 상태”라는 그의 발언이 역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미국발 악재를 잠재울 해결사로서의 공은 이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에게 넘어갔다. 세계의 시선은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버냉키의 입에 집중하고 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 주목, 국채를 매입해 금리를 낮추는 방법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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