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승자 vs. 패자 막전막후】방만한 경영으로 추락한 JAL

입력 2011-08-08 16:33 수정 2011-08-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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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일본항공 vs. 에어아시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10일이면 진다)이라 했던가. 하늘의 꽃이었던 아시아 최대 항공사 일본항공(JAL)도 미국발 금융 위기의 괴력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방만한 문어발식 경영과 무사안일한 위기 대응방식이 부른 참사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일본의 현대사와 발자취를 함께 했던 만큼 JAL의 몰락은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민관 합작품인 JAL은 1951년 출범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불과 3년 만에 하네다-샌프란시스코간 첫 국제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1967년 아시아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세계일주노선을 실현했다.

JAL은 또 일왕과 총리, 각료 등의 해외 공식 일정에 특별기를 제공하며 명실상부 일본을 대표하는 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기였던 1970년대는 일본에서 해외 여행이 대중화하기 시작했고,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변동환율제 도입으로 엔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해외 여행은 절정을 이뤘다.

1975년 오일쇼크로 인한 원유 가격 폭등으로 JAL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지만 1980년대 들어 일본의 경제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JAL은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즐거운 비명을 쏟아냈다. 1983년에는 운송 실적에서 강력한 라이벌인 팬암항공과 브리티시에어웨이즈, 에어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1위 항공사로 도약했다.

승승장구하던 JAL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완전 민영화한 1985년경부터였다. 버블 붕괴와 함께 1991년 1월 발발한 걸프전쟁으로 해외 여행자가 감소, 해외 호텔 등에 대한 무리한 투자 부작용, 연료 선물거래 실패 등 악재가 사방에서 터졌다. 여기다 강경 노조에 떠밀린 인건비 폭등까지 겹치면서 JAL은 순식간에 경영난에 처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경영 상태는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2008년부터 전 세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JAL의 몸부림은 물거품이 됐다.

2009년 6월말에는 금융부채만 3000억엔에 달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2009년 12월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 현재 정부의 지휘 아래서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JAL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고유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근본적으로는 과다한 인건비와 무리한 사업 확장 등 방만한 경영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모양새만 민영 기업이었을 뿐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위기를 키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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