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은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외화유동성에 대해 집중 점검에 나서면서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특별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여기에 참여한 12개 시중은행에 비상시 외화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토록 지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개 국내은행의 7월 중장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은 6월보다 79.4%포인트 높은 190%에 달했다. 외화차입에 아직 큰 어려움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이르기 전 선제적으로 장기 외화자금을 조달해왔다.
국민은행은 외화부채가 다른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신용등급이 높아 외화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은행은 연말 외화채권 3억 달러 만기도래에 대비해 외화자금시장이 좋았던 지난달 미리 장기로 조달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외화부채가 가장 많은 우리은행도 다양한 형태로 외화자금을 조달한 덕분에 현재로서는 외화유동성 리스크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아시아, 유럽계 은행들로부터 6억5000만달러의 중장기 외화자금을 조달했고, 올 1월에는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해 500억엔(원화 6000억원 상당)을 차입하는 데 성공했다.
시중은행 중 외화부채가 두 번째로 많은 신한은행도 단기차입 대신 중장기차입 비중을 꾸준히 늘려 외화유동성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4일 5억 달러 글로벌본드 발행을 완료했고 6월20일 1억5000만 유로의 클럽론을 조달했다.
최근 하나은행도 300억엔(약 4억달러)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으며, 농협도 5억달러 규모의 농금채를 발행했다.
시중은행들이 외화유동성 대비에 나선데 이어 금융당국도 외화 유동성 부족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만반의 대비를 하겠다는 자세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긴급간부회의에서 “물가가 올라도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화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실무진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전체 자산이 100%라고 하면 외화는 10%에 불과하지만 1원이라도 부족하면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철저하게 대비하자는 입장에서 보면 김 위원장의 얘기도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