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장 부품(자동차 구동에 필요한 각종 전자 부품)이 똑똑해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 전장 부품 업체들은 가격 경쟁 심화, 환경 규제 강화, 고객 편의성 증대 등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IT기술을 적극 활용한 첨단 전장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업체들은 안정성을 이유로 IT 전장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첨단 기술의 진화로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기준이 편의성으로 달라지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첨단 IT 전장 부문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가 달리는 차를 더 안전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자동차 첨단 전장기술의 진화. 과연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차간 안전거리 레이저로 알아서 조절=제한속도가 시속 100㎞인 고속도로의 차간 안전거리는 100m다. 그러나 차와 차 사이의 거리를 자로 잴 수도 없고, 또 차간 거리를 측정하는 표지판이 고속도로에 줄곧 달려있는 것도 아니다. 100m 거리를 지키지 않는다고 벌금을 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라면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안전거리다.
운전자들이 차간 간격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IT의 힘을 빌려 도와주는 장치가 있다. 차간 거리 제어장치(SCC)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장치는 차 전방에 장착된 레이저 센서가 내 차와 앞차 사이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적정 차간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SCC 기술은 독일 콘티넨탈과 보쉬 등의 업체가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만도가 관련 제품을 생산해 신형 그랜저 등의 모델에 납품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한 단계 진보한 SCC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에 보급된 SCC 제품이 시속 10㎞ 이상의 속도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을 착안해, 차가 움직이는 모든 속도 구간에서 SCC가 작동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차선 이탈 부주의 막아주는 LKAS=졸음운전이나 부주의 등으로 차가 기우뚱할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럴 때 운전자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장치가 바로 ‘차선 유지 도움장치(LKAS)’다.
이 장치는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나 부주의로 차가 차선을 이탈할 경우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안전하게 차의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이다. 차 앞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도로 영상은 실시간으로 영상 처리 장치로 보내진다.
영상 처리 장치에 보내진 영상은 LKAS를 제어하는 전자 장치의 분석을 통해 차선 이탈 위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LKAS는 경보음을 울려 운전자에게 위험 상황을 알리고 핸들에 적당한 힘을 가해 차선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LKAS 역시 전자·통신·제어공학 기술이 집약된 첨단 전장 기술 중의 하나다.
△저속 주행 접촉·추돌사고 막는다=충돌을 사전에 방지해주는 장치도 있다. 2013년 경 양산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사전 충돌 방지 장치(PCS)’다.
PCS는 주행 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을 경우 센서를 통해 전방 장애물을 감지해 속도를 줄이거나 급정차해 교통사고를 피하도록 하는 능동형 안전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비슷한 기능의 안전장치를 단 차는 볼보 ‘XC60’과 포드 ‘포커스’ 두 모델뿐이다. ‘시티 세이프티’로 이름 붙여진 이 기술은 SCC처럼 차 전면에 탑재된 레이저 시스템을 통해 시속 30㎞ 이하의 주행 상황에서 앞차와의 추돌 위험 시 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완전히 멈추어 주는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시스템 구동 기준을 30㎞ 이하로 줄인 데는 이유가 있다. 전체 추돌사고의 75%가 시속 29㎞ 이하의 저속 주행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이미 상용화=이미 상용화된 첨단 전장 부품도 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가 대표적이다. 이 부품은 기존의 와이어 브레이크 방식과 달리 전자식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와이어로 끌어당겨서 주차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버튼 터치만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식이다.
EPB는 차가 서 있을 때 컴퓨터가 차의 속도와 엔진의 회전, 브레이크의 동작 유무를 판단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은 깊이만큼 잠기게 된다.
따라서 정차 중에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더라도 도중에 브레이크가 풀릴 염려가 없다. 또 출발할 때는 브레이크가 잠긴 상태에서 페달만 밟으면 자동으로 풀리기 때문에 그대로 출발하면 된다.
비탈에서 출발할 때도 뒤로 밀리지 않고, 교통체증이 심할 경우에도 운전자가 속도를 높일 때만 앞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어, 가속 페달을 자주 밟을 필요도 없다. 주행 중에도 컴퓨터가 차량 속도를 감지해 차량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車 전용 반도체 업체 전망 밝아=이처럼 자동차 부품이 첨단화의 길을 걸으면서 자동차 관련 반도체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용 반도체는 ST마이크로, 인피니온, 프리스케일, NEC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자동차 산업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제품 개발, 검증기간이 높아 시장 진입장벽이 높다. 반면 자동차 업체와 공급계약이 체결될 경우 다른 IT제품과 달리 대량으로 상당기간 지속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업체들이 장기적인 성장 산업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08년 12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4억달러로 성장했고 내년에는 15억400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망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산·학·연이 협력해 미래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이 될 ‘지능형 차량용 SoC 플랫폼 센터’를 열어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