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직자와 칙궁(飭躬)

입력 2011-08-08 11:12 수정 2011-08-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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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사회생활부장

요즘처럼 공직자들의 부도덕성이 드러날 때면 마이클 샌델이 ‘왜 도덕인가?(Why Morality?)’라는 책에서 던진 도덕에 대한 화두을 되뇌이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로 한국사회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는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속편격인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 등 전통적 철학을 통해 오늘날 도덕적 가치의 회복이 왜 절실한가를 역설했다.

그는 경제가 화두인 시대, 경제적 풍요가 최고의 선이 돼버린 상황에서 여타의 가치들은 쉽게 무시되곤 한다고 지적한다.

도덕적 해이와 거짓말, 각종 로비와 공직자의 부패, 경제인의 각종 특혜와 비윤리적인 이권개입, 일반시민의 도덕 불감증 등 경제 논리에 가려져 어느 정도의 부정은 관용되는 분위기가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충고한다.

최근 수개월간 중앙부처 공직자들의 ‘연찬회 스캔들’ 이 연이어 터져 국민들의 원성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국토부 직원들이 평일에 연찬회를 개최해 산하기관에 경비를 부담시키고 저녁에 유흥주점에서 향응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한 고위 간부는 부동산리츠 회사로 부터 편리를 봐주는 대가로 3200만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부 한 고위 공직자는 부하 직원들로 부터 400만원 상당의 행운의 열쇠 2개와 현금 100만원을 전별금 명목으로 받고 업체 관계자로 부터 진주 반지를 받아 직위 해제되기도 했다.

연찬회 스캔들과 뇌물수수 비리는 환경부와 국세청, 한국거래소, LH 직원들로 부터도 연이어 터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경부 공무원들의 향응 접대 비위는 공직사회의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경부 공무원들은 산하기관에 대한 업무보고를 주로 퇴근시간이 임박한 오후 5~6시경에 잡아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고 한다.

지경부 공무원을 접대한 산하기관은 접대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근 식당에서 법인카드로 식비를 결제한 것처럼 꾸며 비자금까지 조성했다고 한다. 시장의 부정과 불법을 관리, 감독해야 할 공직자가 앞장서서 부정을 저지르고 있으니 국민들의 허탈감은 그 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존경을 받아야 할 교육 공무원들의 비위도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이 퇴임을 앞둔 교장이 재직하는 초중고교에 대해 감사에서 업무추진비를 퇴직 동료교장에게 전별금으로 사용하는 등 교장 71명 등 교직원 280명의 비위가 적발돼 징계를 받기도 했다.

사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개선되기 는 커녕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비위를 저질러도 가벼운 처벌로 무마하려는 공직사회의 제식구 감사기 행태 때문이다.

국토부는 연찬회 향응 접대 비위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음에도 당시 책임자인 한 고위 간부를 승진 발령했다.

또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총리실로 부터 룸살롱 접대 비위 사실을 보름전에 통보 받았지만 덮어 두었다가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되자 그때서야 보임 해임 조치를 취했다.

공직자가 국민의 신뢰를 못 받는다면 시장을 관리,감독할 수 없다. 신뢰를 잃은 공직자는 시장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정의가 실현되는 투명한 시장은 깨끗한 정책에 의해 실현된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지은 목민심서(牧民心書) 칙궁(飭躬 : 단정한 몸가짐)에 ‘단주절색 병거성악 제속단엄 여승대제 망감유예 이황이일 연유반락 비민유열 막여단거이부동야(斷酒絶色 屛去聲樂 齊速端嚴 如承大祭 罔敢遊豫 以荒以逸. 燕遊般樂 匪民攸悅 莫如端居而不動也.)이란 문장이 있다.

‘술을 끊고 색(色)을 멀리하며 노래와 음악을 물리처서 공손하고 근엄하기를 큰 제사 모시듯 할 것이요, 감히 놀고 즐기느라 거칠고 방탕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는 뜻이다.

최근 각종 부정부패로 국민들로 부터 신뢰를 잊은 도덕불감증에 걸린 공직자들이 가슴속 깊이 되뇌이며 행동 지침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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