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투자’에 소극적이던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25톤을 매입했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으로 금을 사들인 것은 지난 199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금값이 치솟하도 복지부동하던 한은이 뒤늦게나마 금 매입에 나선 것은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금 보유 여건이 개선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상당부분 올라있어 투자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한은이 금을 매입한 가장 큰 이유는 금 보유량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외환보유액 규모가 2000억 달러 선이서 금 매입이 어려웠지만 3000억 달러란 규모를 갖추면서 투자 다변화를 위한 금 매입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또 미 달러화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금 매입의 결정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 가격이 이미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한은이‘상투’를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12억4000만달러(취득원가 기준)로 25톤을 매입한 것을 고려하면 트라이 온스(31.1g) 당 1543달러에 구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1일 금값은 미국의 부채증액 협상이 통과했다는 소식에 1600달러 초반에서 1% 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고점에 매입한 셈이다.
◇ 매입시기 놓고 적절성 논란일 듯= 현재로서는 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은 대량생산이 어려운데다 기존 광산 노후화, 생산단가 상승 등으로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장신구 뿐만 아니라 투자대상으로서의 금 수요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이 보다 빨리 금을 사들였다면 지금보다 비용부담이 적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의 매입 방향은 맞다”면서 “더 일찍 샀다면 비용 부담을 줄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서봉국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전략팀장은 “금은 장기간 보유할 자산이기 때문에 시세보다는 매입여력이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며 “장기적으론 금값은 상승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제는 만약 금 가격이 떨어질 경우 투자 타이밍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비껴가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주요 투자은행 등은 금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금값이 조정이라도 보이면 투자시기 등을 놓고 외환정책 운영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1110억3000만달러로 전달말보다 65억5000만달러 증가하면서 3개월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