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걷고 싶다] ③ 아흔아홉 굽이 사연의‘죽령 옛길’

입력 2011-08-02 11:14 수정 2011-08-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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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 부터 죽령을 ‘아흔아홉 굽이에 내리막 30리 오르막 30리’라고 했다. 한양과 경북을 잇는 최단 경로인 탓에 사람들은 힘들어도 이 험한 고개를 넘었다. 죽령 고개는 문경의 문경새재, 영동의 추풍령과 함께 영남과 한양을 잇는 3대 관문으로 꼽힌다.

이곳은 1910년대까지만 해도 사시사철 번잡했다.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를 보기 위해 상경하는 선비, 봇짐과 행상을 지고 힘든 길을 이어가는 보부상, 부임한 지역을 오가는 관리 등 모든 사람들이 죽령을 통해 오갔다.

1934년 5번 국도, 1941년 중앙선 철도가 개통되는 등 교통통신의 발달에 따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뒤 수십 년간 덩굴에 파묻혀 있던 옛 길은 1999년 영주시에 의해 다시 개발됐다. 현재는 소백산역서 죽령주막에 이르는 2.5km의 구간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조성됐다.

소백산역에 차를 두고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의 손으로 돌을 쌓아 올린 집터의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주막이 있던 자리다. 얼마나 많은 나그네들이 이 곳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몸을 뉘였을까? 하릴없이 남아있는 돌무더기가 이곳에 무언가 있었다는 것만을 말해주고 있다.

이 곳에 4개의 주막거리가 번성했는데 지금도 소백산역 앞과 죽령 고개에서 그 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푸른 숲길이 이어졌다. 도중에‘후두둑’하는 소리를 들어도 놀랄 필요 없다. 손님을 맞는 다람쥐가 내는 소리다.

군데군데 흐드러진 야생화와 다람쥐는 묘하게 어울린다. 나름대로 기억을 뒤져봐도 이름을 알만한 꽃이 몇 없지만 야생화 이름 정도 모르면 어떠랴? 죽령 옛 길에서는 꽃도 나도 나그네다. 허리품에 짚신을 찼던 옛 나그네들이 그랬듯 남은 길을 마저 걸었다.

삼국시대의 죽령은 고구려와 신라가 치열한 격전을 벌인 군사적 요충지였다. 진흥왕12년(551년) 신라의 장수 거칠부가 백제와 연합해 고구려를 죽령 이북으로 패퇴시켰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또 이 곳은 평강공주의 남편인 고구려 장수 온달이 죽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서기 590년경 온달이 "죽령 이북을 되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출정했지만 장렬히 전사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길의 끝에 다다르자 중기읍과 영주시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길 건너편 죽령주막에서 알 수 없는 노래가 쉬지도 않고 떠들썩하게 흘러나왔다.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기서 부터는 영주입니다'라는 커다란 이정표였고 뒤를 돌아보니 '어서오십시오 충청북도입니다'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이곳에서도 장승은 다양한 표정으로 나그네를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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