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출근 100일…더 독해진 삼성

입력 2011-07-31 10:49 수정 2011-08-0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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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품질경영 강조.. S급인재, 특허 확보 등 과제도 산적

이건희 회장이 출근하자 삼성이 독해졌다.

서울 태평로에 있던 시절에도 회사에 거의 나오지 않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42층에 마련된 집무실에 정기출근한 지 100일이 지나면서 삼성에 유례없는 개혁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31일 삼성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정기출근 100일을 보내며 평창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본격적으로 '쇄신·실적·품질'이라는 세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서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의 특허 전쟁과 시장 선점 경쟁도 진두지휘하면서 '독해진 삼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0일 동안 이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벌이고 대지진 피해를 본 일본의 지인들을 위로하느라 세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꼬박꼬박 이틀가량씩 총 17일을 서초사옥에 출근했다.

그가 4월21일 처음 출근하고 나서 100일째 되던 날은 지난 29일. 삼성전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이 회장이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참관한 뒤 소프트 기술, S급 인재, 특허를 최우선 확보하라고 지시했던 바로 그날이다.

처음 이 회장이 서울 한남동 자택과 외빈 접객 장소인 승지원이 아닌 회사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한 시점은 삼성 계열사에 대한 국세청의 일제 세무조사,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 침해 제소, 호텔신라의 '한복 출입금지' 사태 등 여러 복잡한 사안이 뒤얽혀 그룹 분위기가 뒤숭숭하던 때였다.

따라서 그룹 장악력을 강화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느슨해진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출근 첫날 애플의 소송과 관련해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면서 "애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다음날 한국·일본·독일 법원에, 며칠 뒤 미국 법원에 애플을 맞제소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그는 또 삼성테크윈 일부 임직원의 비리 행위가 적발된 것을 계기로 곧장 테크윈 사장을 경질하고 "삼성 전 계열사에 부정부패가 만연했다"며 조직문화 쇄신을 선언했다. 이른바 윤리경영 선포다.

삼성은 즉시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과 인사팀장을 교체하고 각 계열사 감사팀을 강화해 삼성 전반에 엄청난 긴장감과 경각심을 불어넣기도 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가 1, 2분기 잇따라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내놓자 이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경영진을 중도에 교체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해 인사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어 '품질 경영'에도 바싹 고삐를 당겼다. 삼성테크윈의 산업용 공기압축기를 리콜하고 삼성 하우젠 스마트 에어컨 6만대의 핵심 부품을 교체해 주도록 했다.

그는 출근 100일째이던 지난 29일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둘러보고 소프트 기술, S급 인재,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년, 10년 후를 위해 지금 당장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서 삼성에는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그의 앞에는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게 삼성 안팎의 분석이다.

우선 삼성전자 실적을 제 궤도로 끌어올리고 국세청 세무조사를 원만하게 넘김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경제계와 투자자의 우려를 없애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애플, 오스람 등 글로벌 기업과의 특허 전쟁에서 이겨야 하고 삼성이 미래 먹을거리로 정한 태양전지, 자동차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도 안착시켜야 한다.

재계 1위 그룹으로써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정부와 국민의 요구도 있다.

이 회장의 정기출근은 이미 일상이 됐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출근 자체가 관심거리일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삼성과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비교전시회에서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으로부터 모바일 사업 현황 및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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