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시장은 죽어가는데…"불법이다", "관행이다" 논쟁 팽팽

입력 2011-07-28 14:36 수정 2011-07-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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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문속도 차이로 다른 투자자들 손실"…증권사 "수익도움 고객에 혜택”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다. 검찰의 ELW 부정거래 수사로 ‘슈퍼 메뚜기’인 스캘퍼가 대거 잠적하면서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2조원에 육박하던 일평균거래대금은 최근 들어 8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시장 위축이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특정 고객에게 직접전용주문(DMA)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DMA는 선물·옵션과 현물시장에서도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등 세계적으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새로운 주문처리기법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DMA, 무엇이 문제인가?

DMA란 증권 및 파생상품매매체결 과정에서 주문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Buy-Side)이 매매체결장소(거래소, 대체거래소 등)에 접근권한이 있는 회원사(Sell-Side)의 주문처리를 거치지 않고 주문을 직접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주문처리기법이다.

검찰은 스캘퍼들에 제공되는 DMA가 자본시장법 178조 1항 1호에 위반한 ‘부정거래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스캘퍼들이 전용선을 통해 더 빠른 속도로 주문을 체결하면서 부당이득을 챙기기 때문에 약 3만명에 이르는 일반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DMA를 제공하고 대규모 매매수수료를 챙기고 지적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DMA는 세계적으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새로운 주문처리기법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선·현물 시장에서는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어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백화점의 VIP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처럼 증권사 우수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하나의 주문 서비스란 설명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DMA는 예전부터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주문기법중 하나”라며 “백화점에서 VIP들에게 고객우대를 하는 것 처럼 증권사에서도 수익에 도움이 되는 우수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서는 도입 서둘러

국내와는 달리 해외시장에서는 DMA 도입을 서두르는 추세다. DMA는 1980년대 데이트레이더들에게 주문처리 통제권을 부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0년대들어서는 자신의 주문정보 공개를 꺼리는 기관들이 늘어나면서 골드만삭스, BOA, 씨티와 같은 해외 유수의 금융회사들에게는 주요사업 모델이 됐다.

특히 DMA는 헤지펀드 출현 이후 새로운 주문처리기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헤지펀드의 주요 자금업무를 대행해주는 프라임브로커, 고유한 주문처리 알고리즘에 의해 거래를 수행하는 대형투자자 모두가 DMA를 통해 주문정보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DMA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다. 이번 검찰과 업계의 팽팽한 의견 대립도 이 때문이다. 거래소가 지난 2007년 DMA, 알고리즘매매와 관련된 회원사 유의사항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주로 시장의 공정거래질서 훼손우려사항에 한정됐다.

그러나 국내 상황과는 반대로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2010년 1월 차세대 거래시스템 ‘Arrowhead’를 출범하고 DMA 기반을 마련했다. 영국의 경우 비회원의 직접접속을 허용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도 일정자본규모를 갖추 투자자들에게 ‘pure DMA(주문처리에서 회원사과 완전히 배제되는 DMA)’를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지난 2007년 DMA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연구위원은 “DMA는 전 세계적으로도 새로운주문처리 기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최근 대체거래소 허용을 포함한 다양한 주문처리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프라임브로커들의 DMA 요구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LW 시장 위축 본격화

문제는 검찰의 칼날에 ELW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ELW 발행규모는 28조 4327억원에 달했다. 세계 1위 규모다. 그러나 8월부터 ELW 신규 투자자들은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예치해야 한다는 방침에 올 1분기에는 26조4807억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그러다 스캘퍼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결국 ELW시장은 중태에 빠졌다.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43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조678억원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검찰이 증권사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난달 24일에는 1조190억원을 기록,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매매의 활발한 정도를 보여주는 회전율은 2010년 10월 20%를 넘나들다 이달 초에는 8%대로 주저 앉았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상장 종목수가 1만개에 육박하기도 했던 ELW 거래규모가 20% 가량 감소해 본격적인 시장 위축의 기미가 포착됐다”며 “오는 8월부터 적용되는 ELW 계좌 신규 개설자에 대한 기본 예탁금 적용되는데다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로 인해 개인투자자 매매 점유율의 추가적인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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