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으면 '그림자'…떨어져 있으면 특명수행 '분신'

입력 2011-07-04 10:31 수정 2011-07-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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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남자들]④LGㆍGSㆍSKㆍ한화그룹

▲<오른쪽에 선 오른팔>구본무 LG그룹 회장 오른쪽에는 언제나 강유식 LG 부회장이 자리한다. 사진은 지난 4월 LG전자 제품 품격 연구소 오픈기념으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오른팔’ 강유식 LG 부회장은 외빈이 초청되지 않는 회사 내 행사에서 항상 구 회장 오른편에 자리한다. 강 부회장의 집무실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서관 30층의 구본무 회장 바로 옆이다. 동관 30층에 오랫동안 함께 있었지만 최근 서관으로 나란히 이동했다.

역삼동 GS타워 23층엔 허창수 GS그룹 회장 집무실과 서경석 GS 부회장 집무실이 접견실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해 있다.

오너는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에 그들을 앉힘으로써 자신의 신뢰를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물론 ‘오너의 남자’는 ‘오너’의 믿음에 대해 충실히 보답한다.

◇곁에 두는 오너의 남자= 강유식 LG 부회장은 구본무 LG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복심으로 통한다. LG그룹에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 오너 패밀리 구씨와 허씨의 자연스러운 계열 분리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도 그룹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킴으로써 구 회장의 딸을 지주회사 지배주주로 앉힐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이어서 구본무 회장의 신망이 두텁다.

지주회사 체제는 LG에겐 절묘한 아이디어였다. LG는 이를 통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선진 기업형 지배구조를 표방할 수 있었다.

오너 패밀리인 구씨·허씨 지배주주들은 주식을 보유해 출자 관리에 주력하고, 자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과 이사회에 맡긴다는 것. 이 과정에서 구씨 일가가 전자·화학·금융·통신부문을, 허씨 일가가 건설·유통·정유부문을 맡는 계열분리도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강유식 부회장은 서울대 상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으며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춘 재무통이다. 구본무 회장은 1970년대 중반 럭키 과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을 무렵 같은 부서에서 대리로 일하던 강 부회장을 눈여겨 봐뒀다고 한다.

이후 그가 핵심 계열사인 전자와 반도체 임원을 거치며 치밀한 업무처리 능력을 보이자 1997년 그룹 회장실 부사장으로 전격 발탁했고,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를 만들면서 그를 본부장에 앉혔다.

그는 구조조정본부장 재직 중 부회장 까지 오르며 ‘2계급 특진’이라는 LG그룹에서는 보기 드문 승진기록을 세웠다. 반도체 빅딜, LG전자·정보통신 합병, 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19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구본무 회장이 전경련 모임에 불참하자 당시 사장이었던 그가 그룹내 다른 회장, 부회장을 제쳐두고 구회장 대신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올해 부터는 LG디스플레이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남자는 서경석 GS 부회장이다. 지난 2005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허 회장의 신뢰를 단번에 느끼게 해준 일화가 있다.

당시 GS그룹은 LG그룹과 분리 후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선보이는 자리를 가졌다. 일정상 인사말만 마치고 자리를 뜨려 하는 허창수 회장을 기자들이 막아섰다. LG와 계열분리 후 첫 기자간담회인 만큼 허창수 회장에게 향후 GS그룹의 비전에 대해 묻는 질문이 빗발쳤다.

“회장님 모처럼 나오셨는데 한 말씀만 더 부탁드립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양해해 주십시오. 궁금한 점은 ‘이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내 말과 똑같습니다.”

시선은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바로 서경석 GS 사장이었다. 실제로 그는 허 회장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는 사람으로 통한다.

허 회장 스스로도 “서 부회장 얘기에 나는 아무 이견이 없다”는 말을 할 정도라고 알려졌다. 서 부회장은 허 회장과 언제나 함께 한다. 집무실도 GS타워 23층에 함께 마련돼 있고, 최근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 취임 후 그룹 내 주요 계열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안살림’을 챙길 때도 항상 서 부회장이 함께 했다.

허 회장과 서 부회장은 LG그룹 회장실 재무팀에서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서 부회장이 구본무 회장에게 보고할 당시 허 회장이 함께 배석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를 눈여겨 봤다고 한다. 허 회장이 경남고 1년 후배이기도 하다.

그는 원래 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시 9회를 거쳐 국세청 사무관으로 시작한 관료출신이다. 재무부 간접세과장,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과 주 일본대사관 재무관을 거치며 정통 경제관료로 커왔으나 1991년 9월 LG그룹 재경 상임고문으로 기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어 94년 LG그룹 재무팀장을 거쳐 96년 LG투자신탁운용 사장, LG종금사장, 극동도시가스 사장, LG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하다 허창수 회장에게 발탁이 돼 GS그룹 탄생과 함께 GS 사장을 맡았다. 지난 2008년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미래 위한 곳엔 ‘오너의 남자’가 간다= 한화그룹은 지난 6월1일 중국 사업을 총괄할 조직인 ‘한화차이나(Hanwha Group China)’를 출범시켰다. 한화차이나 초대 최고경영자(CEO)로 금춘수 사장이 임명됐다.

금춘수 사장은 올초 인사에서 경영기획실장 자리를 7살 아래인 최금암 부사장(당시 전무)에게 자리를 넘기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지난해 검찰의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 ‘핵심실세’로 지목돼 소환조사 등 갖은 고초를 겪으며 조용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의 모든 중국 내 사업을 총괄하고 그룹을 대표하는 중책을 그에게 맡겼다. 한화차이나 출범을 준비하면서 일찍이 초대 CEO에 금춘수 사장을 점 찍었다고 한다.

김승연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국내외 주요 사업부문이 해외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그룹의 사업이 활발한 중국 지역 사업장에서는 더 큰 관심과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중국 지역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화차이나 출범은 김승연 회장의 이같은 글로벌 경영 의지를 구체화하면서 지난달 2일 새롭게 선포한 ‘도전·헌신·정도’의 한화그룹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시금석이 되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한화차이나 출범 당시 그룹 관계자는 “이번 중국 진출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최고를 추구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며 “이를 위해 대표에게는 막대한 권력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의 그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 사장은 오랜 기간 김 회장을 보좌한 최측근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총지휘하며 그룹의 실세로 자리를 굳혔다.

1953년생인 금 사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한 뒤 1978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정통 ‘한화맨’이다. 한화그룹에서 유럽법인장과 구조본부 지원팀장을 역임한 뒤 대한생명 경영지원실장에 이어 지난 2007년부터는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근무했다. 계열사를 오가며 ‘경영·기획 전문가’로 인정을 받았고 일찌감치 김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박영호 SK차이나 부회장은 정통 SK맨은 아니지만 최태원 회장의 ‘오른팔’로 평가받는다. 박 부회장은 중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삼겠다는 최 회장의 특명을 받고 SK차이나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최일선에 나선 지략가를 통한다. 지난해 인사에서 SK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부회장단 멤버가 된 그는 현재 중국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미국 시카고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포스코경영연구소 등을 거쳐 지난 2000년 SK에 합류했다.

그는 SK 마케팅 지원본부장, SK경영경제연구소장을 거친 뒤 SK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관리하는 투자회사관리실장을 역임했다. 당시 그룹의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한 그는 지난 2007년 7월 SK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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