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부를 위한 대화의 기술

입력 2011-06-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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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문 답답한 남편 '기'부터 살려주세요

한 가정의 부부가 이혼할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은 남편의 외도나 고부간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이 아닌 ‘부부간의 대화’가 사라졌을 때라고 한다.

되레 하루가 멀다하고 목이 터져라 싸우는 부부는 싸우는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고 한다.

얼마 전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전국의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부부의 절반(50.7%) 이상이‘배우자와의 대화에 불만족’이라고 답했으며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소통이나 교감은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배우자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중 ‘30분 이상~1시간 미만’이라는 답변이 27.4%로 가장 많았으며 ‘10분 이상 ~ 30분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2%, 부부간 대화가 ‘없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전체의 3.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루 평균 TV시청 시간은 ‘1시간 이상~2시간 미만’(24.9%), 하루 평균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은 ‘2시간 이상~3시간 미만’(20.9%)의 응답이 가장 많아 부부 간 대화에 할애하는 시간이 TV와 인터넷 사용시간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혼 13년차 주부 A씨는 만날 입 꾹 다물고 도통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남편 때문에 속이 터질 지경이다.

“남편과 대화를 하려면 울화통이 터져 못살겠어요. 무슨 얘기만 하면 입 꾹 다물고 인상만 쓰고, 퇴근 후 어쩌다 일찍들어 온 날이면 잠들기 전까지 TV리모콘만 돌리거나 인터넷 게임만에만 매달려 있어요. 옆에서 나 혼자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 해도 항상 속터지게 아무 반응 없이 듣기만 하거나 인상만 써요. 갑자기 조용히 하라며 버럭 소리지를 때도 있구요. 이같은 생활이 벌써 10년 째네요. 남편은 꼭 혼자 살고 있는 사람 같아요. 뭐 하나를 해도 의논 한번 하는 적이 없고 항상 일 끝난 후에 통보하는 식인데 남편은 이게 ‘의논’한 거라네요. 결혼하고 나서 따뜻한 대화를 나눈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요”

A씨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자녀에게만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이제 아이도 초등학교 5학년으로 접어들고부터는 사춘기가 찾아왔는지 엄마랑 이야기를 하려고 들지 않아 하루하루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A씨 뿐이 아니다. 길은영 향나무 심리상담센터 대표는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부부간의 갈등이’고, 그 중 상당수가 속마음을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 마음속에 응어리가 진 채 찾아온다고 말했다.

△남편과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

40대~50대 여성 중 꿀먹은 벙어리 남편보다는 싸우더라도 대화가 오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여성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남편의 말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남편과 대화를 이끌어내기에 앞서 사회생활에 찌든 남편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옆에서 격려하고 다독여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창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신혼때는 내 남편이 어떤 일도 척척 해내는 ‘슈퍼맨’ 같이 느껴졌지만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오히려 동네 슈퍼집 아저씨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아내는 “당신은 고작 그것 밖에 못해? 내 친구 남편은 이정도인데 당신은 돼 그 모양이야?”라고 핀잔을 주곤한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남편은 집안일 외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게 되고 결국 대화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아무리 내 남편이 능력 없어 보이고 남들보다 작아 보일지라도 ‘내 눈엔 당신이 최고로 보인다’라는 식으로 따뜻하게 격려하는 말을 아끼지 말자. 그럼 남편 또한 아내에게 더 많이 의지하게 되고 집에서라도 최고의 가장이 되고 싶어 할 것이다.

또 남자들은 결혼과 동시에 책임감이 커져 가정보다는 일에 더 몰두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는 가정에 무심한 듯한 남편에게 만날 불평불만을 털어놓기 일쑤다.

이럴때 남편들은 자신이 돈 벌어다 주는 ‘기계’가 된 듯한 기분에 신세 한탄을 하게 되고, 직장에서나 집에서 눈치만 보는 자신이 한없이 한심해 진다. 이러다 보면 남편들은 퇴근 후 집에 들어가는 것이 점점 싫어져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나 친구들과 술한잔을 기울이고 자정이 다 돼서야 귀가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남편과 말할 기회는 점점 없어진다. 아무리 내 남편이 얄밉고 가정에 무심하다고 느껴져도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당신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라는 식으로 칭찬을 아끼지말고 자신감을 실어주자. 그러면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는대도 더 힘을 얻을 수 있고, 지신을 맏고 의지하는 가족을 더 신경쓰게 될 것이다.

구속받는 남편일수록 항상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남편은 작은 일이라도 부부싸움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밖의 일에 대해 대충 둘러대거나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럴 때 아내가 “또 거짓말이지? 남자가 돼가지고 입만 열었다 하면 거짓말이야.무슨 남자가 이래?”라고 말한다면 남편은 그 거짓말을 포장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줄줄이 늘어놓게 된다. 급기야 나중에는 정말로 ‘입만열면 거짓말 하는 남편’이 돼 아내는 남편을 1%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남편을 무조건 의심하고 몰아부치지만 말고 ‘누가 뭐래도 난 당신을 믿어’라는 말 한마디와 눈빛으로 신뢰감을 표현해주자.

◇부부싸움도 기술=길은영 심리상담가의 조언

수없이 반복되는 부부싸움에 “당신 없이는 못 살겠어”가 “너 때문에 못살겠어”로 바뀐 부부생활. 만날 얼굴만 보면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인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싸움의 기술’이다.

부부싸움은 일종의 전쟁이다. 하지만 무조건 상대방에게 맞서는 전쟁은 부부생활을 더 냉담하게 해 서로의 애정을 사라지게 한다. 서로 같은 것을 향해 함께 싸운다는 마음으로 부부싸움을 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부부들이 과연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있을까? 부부는 너무 쉽게 상대를 판단한다. 부부싸움을 통해 배우자가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깨달았다면 자신부터 행동을 고쳐나가 보도록 하자.

길은영 향나무 심리상담센터 대표는 부부싸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나는 옳은데 당신은 완전히 틀렸어” 라고 생각하는 태도라고 말한다. 갈등 해결에 있어 필수적인 태도는 바로 “나도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데, 두 사람이 모든 잘못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고집할 때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또한 길 대표는 “부부 간의 오해가 생기면 그때마다 분노나 원망의 찌꺼기가 남게 되고 이 찌꺼기들이 축적되면 부부의 친밀감을 파괴하는 독소가 된다”며 “서로 속마음을 표현하며 부부싸움을 할지라도 서로의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정적인 말한마디 실수가 부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는 것이다.

부부사이에 문제가 생겼을때 비난을 멈추고 역추적 해볼 필요성도 있다. 현재 드러난 문제에 보다 심층적인 이유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봐야 한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모를 상처가 각자에게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싸움 후 대화는 차분하게 준비한 다음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갈등이 있는 부부의 대부분이 대화방식이 비난적이고 비판적이라 핵심을 비켜나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차분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더라도 차분한 대화의 결과는 부부관계를 더욱 돈독해지게 한다.

마지막으로 집안일에 대한 분담은 구체적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부부관계가 나빠지는 요인들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문제들로부터 출발하는데 서로 미루고 불만이 쌓이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처음부터 역할 분담을 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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