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부동산 거래를 함에 있어서 보통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알아서 잘 해 주십시오’ 하면서 전적으로 맡겨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조합에서 분양하는 분양권을 구입하는 경우 조합에 직접 확인을 한다든지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인중개사만 믿고 거래를 했다가 결국 사기분양에 수억 원을 날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나는 공인중개사만 믿었으니 공인중개사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공인중개사는 물건을 중개함에 있어 물건분석이나 권리분석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그런 점을 다소 소홀이 했다 하더라도 계약 당사자는 계약의 주체로서 적어도 자기 과실분에 해당하는 손해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이득 기업이든 거의 모든 경제활동은 계약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계약에 있어 모든 사항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계약서 작성 시 일반적으로는 계약의 목적, 계약의 내용, 계약 불이행시 계약의 해제나 그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근로계약, 물품공급계약, 공사도급계약 등 각각의 계약은 나름 각기 특색이 있어 계약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보통 표준계약서가 마련돼 있어 그에 따라 계약을 하면 큰 위험은 없지만 당사자 간에 특별히 약정하기로 한 것이 있다면 특약사항을 따로 두어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소송이 벌어지는 것은 대개 계약불이행 시 책임의 소지가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의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냐 하는 것은 명확하게 기재하면 할수록 좋다. “그냥 믿고 하지 뭐”라는 식으로 인심 쓰듯이 계약을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인심도 잃고 돈도 잃는 경우가 많은 데 이것이야 말로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한 경우다.
계약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킬 수 있는’ 약속만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사는 사람이라면 내가 언제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자금계획을 꼼꼼히 따져보고 그에 따라 금원 지급날짜를 정해야 계약금을 몰취당하는 것과 같은 불의타를 막을 수 있다. 공사계약을 할 때는 언제까지 공사를 마칠 수 있는지를 따져 공사기한을 정해야 지체상금을 물지 않을 수 있다.
로마법 격언에 ‘빡타 쑨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라는 말이 있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라는 뜻인데, 계약을 했으면 지켜야 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사법은 사실 ‘계약법’이라고 할 만큼 계약의 성립, 취소, 무효, 해제, 손해배상 등 계약 일반과 관련된 것이 많은데, 그것은 그만큼 계약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듯이, 계약 할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한 번 더 살펴보고 또 검토한다면 사후의 분쟁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계약을 할 때는 신중을 다해서,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야 말로 가장 경제적인 경제활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