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배드뱅크 '新관치' 논란

입력 2011-04-19 11:00 수정 2011-04-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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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패' 뒤처리는 또 은행이...시장 구조조정 기회 박탈

금융당국이 1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민간 배드뱅크(Bad Bank)’ 설립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PF 부실규모가 계속 늘고 있는데다 배드뱅크가 설립돼도 정작 위기의 진원지인 저축은행 PF 부실 해결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 PF부실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은행권의 반발과 모든 문제를‘관치(官治)’로 해결하려는 방식을 놓고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은행만 봉(?)=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8개 시중은행·특수은행으로 구성된 PF 태스크포스(TF)는 올해 2분기 중 PF 배드뱅크를 설립,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장에 대한 부실채권을 먼저 매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부실채권의 규모에 따라 배드뱅크에 일정금액을 출자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5000억~1조원 정도의 ‘캐피탈 콜’(출자 한도) 약정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PF 대출 부실과 건설사·저축은행 연쇄 도산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상당수 부실 처리를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A은행 관계자는 “PF대출이라 해도 은행들은 이자를 고려해 대부분 담보를 대출액의 120% 확보하고 있다”며 “결국 PF부실채권을 헐값에 넘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이 부실의 단초를 제공한 셈인데 또 덤터기를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배드뱅크의 경우 통상적으로 50% 할인된 가격에 부실채권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또 PF 보유 규모도 천차만별이어서 은행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점도 문제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PF 대출 부실 비율이 각각 30.8%와 17.44%로 높지만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은 8%대로 낮아서 처지가 서로 다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누가 얼마나 돈을 낼지가 최대 관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아울러 배드뱅크 설립으로 건설업계에 번지는 듯하던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위기의 진원지인 저축은행 PF 부실 해결에는 도움이 안되는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은행권만 출자한 배드뱅크에서 저축은행 부실까지 매입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드뱅크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보다는 은행권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저축은행들이 배드뱅크에 출연할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실 채권을 배드뱅크에 대폭 할인해 넘길 경우 당장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또 시장논리에 따라 구조조정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부실 건설사들이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나 지원책을 기대하면서 버틸 때가지 버텨보거나 법정관리로 직행하는 압박카드를 쓰고 있다”며 “정부도 불필요한 지원책을 안쓰겠다고 못박고 건설사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아온 관치=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금융감독당국 수장들이 5개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모아 금융권의 건설사 PF 지원 등을 요청한 데 대해 ‘관치(官治)의 부활’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건설사를 지원해달라”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또 캠코가 40조원의 구조조정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회가 승인한 상태에서 굳이 별도의 민간 배드뱅크를 만들겠다는 것은 공적자금 사용을 피해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금융당국의 ‘꼼수’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금융지주사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 등 김 위원장의 어김없는 관치가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배드뱅크란 부실채권을 인수해 정상화 되면 되파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예컨대 배드뱅크가 A은행으로부터 B라는 부실 담보물을 넘겨받아 팔거나, 이를 담보로 자산담보부채권을 발행해 채무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모두 판 A은행은 우량자산·채권만 남아 굿뱅크로 바뀌는 것이다. 공공기관 중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민간기관 중에는 6개 은행이 출자해 만든 유암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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