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캡틴] 쌍용차 연구개발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

입력 2011-03-17 14:00 수정 2011-03-21 07:2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차량개발센터장 이수원 상무

▲쌍용차 차량개발센터장 이수원 상무
"협력업체의 개발실이나 모교의 연구실을 전전하면서 연구개발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시험차가 부족하고 개발인력이 모자라 주 7일을 근무하고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시험검증에 몰두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C200(코란도C) 발표회 때에는 정말 '오랫동안 애지중지 키워왔던 딸을 시집 보내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월 23일, 제주도에서 치러진 쌍용자동차 코란도C 신차발표회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신차 출시를 지켜본 쌍용차 연구개발의 주인공 기술연구소 이수원 소장 역시 남다른 감회로 이를 지켜봤다.

2008 리먼쇼크로 인한 경기침체로 쌍용차는 어려움에 빠졌다. 이후 법정관리와 파업이 이어지는 동안 코란도C의 출시는 불투명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신차 코란도C의 출시가 4700여 쌍용맨에게 산고(産苦)나 다름없이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한 켠. 조용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기술연구소에선 이제껏 굵직한 새 차들을 뽑아낸 쌍용차의 성지(聖地)다. 완벽에 가까운 조건에 화려한 프루빙 그라운드를 갖추고 멋지게 테스트에 임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그것과 사뭇 다르지만 여기에 모여있는 쌍용맨들의 열정은 어느 메이커 못지 않게 뜨겁다.

연구소와 공장을 사이에 둔 짧은 '간이 테스트 코스'와 연구동을 부지런히 오갔던 이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어려운 시기에 뽑아낸 기술의 성과인 만큼 마지막까지 다듬고 다듬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그 너머에 있는 조립공장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과거 쌍용차가 생산규모로 전성기를 달렸을 무렵, 갤로퍼를 뽑아내던 현대정공보다 앞서는 조립기술과 품질을 앞세웠던 곳이다.

코란도C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밤잠을 줄여가며 연구와 개발, 테스트에 몰입했던 쌍용차 연구원들은 결과물의 성패와 상관없이 세상의 박수를 받았다.

이수원 소장(차량개발센터장)은 코란도C를 일컬어 모든 것을 쏟아낸 결정체로 표현했다.

"코란도C는 정말 어려웠던 시기에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결정체입니다. 쌍용차에 근무하는 모든 임직원들도 같은 생각입니다."

1988년 쌍용차에 몸담은 이후 코란도 패밀리를 시작으로 렉스턴과 체어맨, 카이런과 액티언에 이어 코란도C까지 모든 쌍용차 개발에 참여해온 이수원 소장은 쌍용차 기술력의 살아있는 증인인 셈이다. 그 동안 엔진연구팀장과 차량개발시험실장, 엔진구동개발센터장을 거쳐 2008년 기술연구소장에 올랐다.

기술연구소장에 오른 이후 쌍용차는 마른 수건을 짜내며 신차를 개발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3년여끝에 막바지 개발이 완료됐음에도 자금지원이 원활치 않아 출시를 조금씩 조금씩 연기해야했던 상황을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꼭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은 더 컸습니다. 여기에서 포기하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 덕에 혼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빚어낸 코란도C인 만큼 신차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보다 깊고 당당하다.

"나와 가족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차, 오랫동안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차 , 운전하기 쉬운 차 , 정직함이 돋보이는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화려하게 동안 시선을 끄는 차보다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얻을 수는 없다는 자동차 개발의 기본 철학을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쌍용차는 국내 어떤 브랜드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쌍용맨들이 이들의 뚜렷한 브랜드 충성도를 모를리 없다. 쌍용차 임직원의 열정은 바로 매니아들의 추종성에 근원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새 모델을 개발하면서 이수원 소장은 무엇보다 고객과의 충분한 교감을 앞세웠다.

"이제껏 고객과의 충분한 교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독특했던 스타일도 이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덕에 오늘의 결과물을 얻은 것이지요."

자동차 회사에서 기술과 투자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수원 소장은 그 이전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코란도C 개발 때 체험했다. 결국 사람이 타는 자동차는 사람이 만드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파업과 법정관리가 이어지는 동안 어쩔 수 없이 경쟁사 및 관련사로 자리를 옮겨가는 많은 우수한 인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지요. 남은 연구원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하여 급여도 반납하고 묵묵히 맡은 바 업무를 잘 수행해 주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장기화되는 파업 속에서 많은 이들의 걱정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아가 "규모는 작지만 강한 회사를, 그리고 정직한 차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 빛을 본 코란도C에는 경쟁 모델을 저만치 따돌릴만한 경쟁력이 뚜렷하게 녹아내렸다. 성능과 품질, 상품성 등 무엇하나 뒤질게 없다는 쌍용맨들은 그 위에 또 하나를 더 얹어냈다. 바로 이수원 상무와 연구개발진들이 차 위에 더해낸 '쌍용차의 미래와 열정'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르포] 일산호수공원·GTX·일자리 '3박자' 갖춘 고양장항지구, 대기수요 몰릴까?
  • '최강야구 시즌3' 중2 투수 유희관? 칼제구로 서울고 타선 묶어…미스터제로 장원삼 등판
  • 밀양 성폭행 가해자가 일했던 청도 식당, 문 닫은 이유는?
  • 중국이 공개한 푸바오 최근 영상, 알고보니 재탕?
  • 1000개 훌쩍 넘긴 K-편의점, ‘한국식’으로 홀렸다 [K-유통 아시아 장악]
  • "호주서도 현물 ETF 출시"…비트코인, 매크로 이슈 속 한숨 돌려 [Bit코인]
  • 요즘 20대 뭐하나 봤더니…"합정가서 마라탕 먹고 놀아요" [데이터클립]
  • "유튜브에 유저 다 뺏길라" …'방치형 게임'에 눈돌린 게임업계
  • 오늘의 상승종목

  • 06.04 11:5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152,000
    • +0.62%
    • 이더리움
    • 5,246,000
    • -1.37%
    • 비트코인 캐시
    • 645,000
    • +0%
    • 리플
    • 725
    • +0.55%
    • 솔라나
    • 230,900
    • +0.79%
    • 에이다
    • 640
    • +1.59%
    • 이오스
    • 1,112
    • -2.03%
    • 트론
    • 159
    • -0.63%
    • 스텔라루멘
    • 147
    • -1.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650
    • +0.41%
    • 체인링크
    • 24,430
    • -3.59%
    • 샌드박스
    • 630
    • +0.3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