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pth] 위기의 일본 “한국 기업을 배워라”

입력 2011-0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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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한국 기업의 선전 비결...원화 약세·공격적 경영전략·신흥시장 선점

‘주식회사 일본’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민간 싱크탱크인 미즈호종합연구소(MRI)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시게 도약한 한국 기업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약진은 눈부셨다.

LCD TV 산업에서 삼성전자는 2009년 시장 점유율 23.4%를 달성하며 1위 자리를 고수했다. LG전자도 12.4%로 전년 대비 2%포인트 증가해 2위인 소니와의 격차는 0.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휴대폰 산업에서 2위 3위를 나란히 차지하는 삼성과 LG 모두 2009년 세계 점유율을 늘렸다.

실적도 호조였다.

삼성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0% 증가한 11조6000억원(약 90억달러), LG도 전년 대비 30% 증가한 1조6000억원이었다.

일본의 8개 전자 대기업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8330억엔(약 88억9000만달러). 이는 삼성전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2009년 현대자동차(기아차 포함)의 세계 판매는 475만대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현대차의 2009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9% 증가한 2조2000억원(약 17억2000만달러)으로 일본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의 15억8000만달러를 웃돌았다.

금융위기 여파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맥을 못추는 가운데 이처럼 승승장구한 한국 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MRI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리더의 카리스마와 추진력 있는 리더십을 요체로 한 ‘톱다운’ 형식의 신속한 의사결정 경영 방식을 꼽았다.

위기 상황에서 리스크를 수반하는 대담한 투자와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경영 방식은 재벌 오너가 기업 총수를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은 개인의 자발성을 중시하는 ‘바텀업’ 형식이 강해 경영 판단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해 투자 규모도 적당한 수준에 그치는 경향이 강하다.

MRI는 논란이 됐던 재벌가의 세습 경영까지도 한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사장으로,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세습 경영이 기업의 구심점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MRI는 한국 기업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조기에 신흥시장에 눈을 돌린 점이라고 전했다.

일본 기업이 선진국 시장에 안주하는 동안 한국 기업은 신흥시장 개척에 성공해 현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MRI는 설명했다.

MRI는 한국 기업이 신흥국 개척에서 철저한 현지화를 꾀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볼륨존(중심구매층)을 겨냥한 가격 책정과 현지에 맞는 제품 개발이 신흥국에서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MRI는 “좋은 물건이 잘 팔린다”는 사고방식으로 기술과 품질에만 치우쳐 현지의 필요에 대한 마케팅을 등한시한 일본 기업에 반성을 촉구했다.

MRI는 뒤늦게 신흥국 시장 개척에 뛰어든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재, 부품 등 일본 기업의 강점을 내세워 현지화하면 한국에 뒤진 신흥국 시장에서도 반격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MRI는 기대했다.

환율 역시 한국기업에는 유리하게 움직였다. 원·달러 환율은 2007년에 달러당 900원 부근까지 상승했으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원화 매도가 가속화하면서 2009년 3월에는 달러당 160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원화 강세 기조가 계속되면서 현재는 달러당 1100원대로 돌아갔으나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금융 위기 전 수준보다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다.

원화 약세는 한국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그 결과 한국의 수출 단가는 2009년에 달러 기준으로 전년 대비 16.5% 하락, 덕분에 같은 해 일본의 수출은 전년보다 26.4%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한국은 0.6% 감소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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