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헛심'만 쓰는 물가정책

입력 2011-02-07 09:36 수정 2011-02-07 12:1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강혁 부국장 겸 증권부장
물가는 민심이다. 물가가 오르면 민심이 흉흉해 진다. 역대 정권마다 물가와의 전쟁을 펼치는 건 민심을 얻기 위해서다.

최고 통치권자가 물가에 관심을 갖다보니 이런 저런 해프닝도 있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청와대 보고자료를 만들기 위해 물가 점검반이 수시로 현장을 방문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업소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가격을 체크했다. 가격이 오른 곳이 있으면 다시 원위치 시킬 것으로 요구하고 오르기 전 가격을 적어갔다. 요직(要職)중 하나였던 경제기획원 물가 과장은 매주 청와대에 들어가 물가동향을 보고했다.

문제는 업소 주인들이 물가점검반 앞에서는“가격을 내리겠다”하고서는 점검반이 떠나면 올린 가격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은 거짓 가격을 보고받은 셈이다.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처음 펼친 정책 중 하나가‘생필품 50개 집중관리’였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관련 부처에서는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새로운 물가지수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잡히지 않았고, 되레 정부는 최근 또 다시 물가와 전쟁을 펼치고 있다.

지금 벌이고 있는 물가와의 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정부가 경제 메커니즘을 알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가 정책 조차도‘포풀리즘 망령’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불안 조짐을 보이는 물가를 초장에 잡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더 나아가 그는“성장과 물가안정,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고 강조한다. 윤 장관의 발언을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그랬으면 좋겠지만 과연 가능할까…” 라고 고개를 갸우뚱 한다.

물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 물가가 치솟는 건 외생적 요인 영향이 크다. 원자재 가격, 국제식품 가격, 유가 등이 급등하다 보니 수입물가가 들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확산된 것도 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정부가 물가관리에 실기(失機)를 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 압력을 걱정하며 금리인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성장에 집착을 보인 정부는 강압적으로 금리를 계속 묶어 놓았다. 그러는 사이에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쳐났고, 넘쳐나는 유동성이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와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물가는 잡겠다고 나서는 건 당연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화가 나는 건 정부의 정책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솔직한 정책을 펴야 한다. 물가를 잡는 데 실기(失機) 했던 것은 겸허히 사과하고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품목이 있다면 국민들을 납득시키고 설득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무조건‘때려잡기식 정책’을 펴면 물가도 잡히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국민들에게 민폐만 끼칠 뿐이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경제 문외한 이었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실토한 적이 있다.“연방준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가 재정정책(Fiscal Policy)이 아닌 금융정책(Monetary Policy)을 관장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연방준비은행장 마틴(W.M. Martin)의 성(姓)이 금융(Monetary)의 첫 자와 동일한 M자로 시작했기 때문이지.”

케네디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대로라면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나 버냉키(Ben Shalom Bernanke)는 연방준비은행장에 기용될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을 맡았던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교수는“케네디 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 중 경제원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은 경제를 몰라야 된다는 얘기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일지라도 경제 앞에선 사심이 없고 겸손해야 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은 아닐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옷 어디서 사세요?…사용 만족도 높은 '패션 앱'은 [데이터클립]
  • 글로벌 자산운용사, ETF로 비트코인 100만 개 확보…마운트곡스, 부채 상환 임박 外 [글로벌 코인마켓]
  • 전장연, 오늘 국회의사당역 9호선 지하철 시위…출근길 혼잡 예고
  • "파도 파도 끝이 없다"…임영웅→아이유, 끝없는 '미담 제조기' 스타들 [이슈크래커]
  • 단독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진흥 직원 절반 '허위출근부' 작성
  • 새 국회 '첫' 어젠다는…저출산·기후위기 [22대 국회 개원]
  • [종합] 뉴욕증시, 美 국채 금리 급등에 얼어붙은 투심…다우 400포인트 이상↓
  • 육군 훈련병 사망…군, 얼차려 시킨 간부 심리상담 中
  • 오늘의 상승종목

  • 05.30 14:56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434,000
    • -0.3%
    • 이더리움
    • 5,241,000
    • -1.91%
    • 비트코인 캐시
    • 648,000
    • -0.61%
    • 리플
    • 729
    • -0.27%
    • 솔라나
    • 233,800
    • -1.35%
    • 에이다
    • 628
    • -1.57%
    • 이오스
    • 1,124
    • -0.71%
    • 트론
    • 155
    • +0.65%
    • 스텔라루멘
    • 149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550
    • -0.69%
    • 체인링크
    • 25,870
    • +2.41%
    • 샌드박스
    • 616
    • -2.5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