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경제활동의 毒

입력 2011-02-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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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액스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강신업 액스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자유 시장 경제인 우리 법제 하에서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 누구와 체결할 것인가,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 등이 모두 계약당사자에게 맡겨져 있다.

다만,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해 우리 법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이나 불공정한 계약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법 제103조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을, 104조는 불공정한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조항을 각각 두고 있다.

우리 법이 불공정한 계약을 무효로 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은, 계약의 내용은 양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계약당사자 중 어느 한 쪽이 공정하지 못한 조건으로 불리한 계약을 맺는 것은 인정하기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함으로써 거래 주체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을 막고 국민들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보장하고자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30일 MBC는 “우리 정부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전을 수주하면서 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UAE에 빌려주기로 한 이면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보도는 31일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고, 누리꾼들은 “정부에 속았다”며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적극 해명에 나서 “국제 관례상 구체적인 수주 내용은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이면계약은 없었고 10조원 대출 조건은 우리가 입찰할 때 내세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면계약이든 조건부계약이든 문제는 UAE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10조원이나 되는 돈을 28년간이나 장기로 빌려주는 것이 국민들에게는 불공정계약으로 비칠 수 있다.

또 이와 같은 논란은 이미 체결된 UAE와의 원전수출계약의 원활한 이행을 방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논란이 확대 재생산 될 경우 앞으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로부터 원전을 수주하는데도 나쁜 영향을 미쳐 결국 원전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소위 노예계약이라고 하는 연예인의 불공정계약이 문제가 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류스타로 떠오른 걸그룹 ‘카라’의 활동 중단과 재개를 두고 연예계가 한바탕 홍역을 겪었는데, 이런 내용은 일본에도 여과 없이 보도됐다.

이 같은 연예계의 분쟁은 자칫 그동안 어렵게 일구어놓은 신 한류시장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전체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다. 이와 관련, 얼마 전 법원은 슈퍼주니어의 멤버 한경의 노예계약이 불공정계약에 해당돼 무효라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각 경제 주체 간의 경제활동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어떤 주체가 다른 주체에 대해 가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이를 강요한다면 그 계약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고 또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당장 위 UAE원전이나 카라의 예에서 불공정계약 논란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또는 원전수출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은 잘사는데 근로자 개인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하청업체인 중소기업간 소득 재분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 주체 간 경제활동의 어딘가에 불공정이 숨어 있는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국민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경제주체간의 계약이나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불공정계약은 경제활동의 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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