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장수기업]안철수연구소, V3 넘어 '모바일보안' 신화 쓴다

입력 2011-01-11 14:19 수정 2011-03-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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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3월 15일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존경받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공유했다.

“윤리경영이 장기적으로 더 큰 힘이 되는 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공익과 이윤추구가 서로 상반된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2005년 3월, 대표이사 직을 물러난 안철수 이사회의장은 이같은 내용의 ‘안철수연구소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며’라는 글을 통해 퇴임사를 대신했다.

그는 거대 재벌처럼 거창한 덩치와 명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안철수연구소가 경영자의 개인적인 부나 단기적인 회사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국내 IT산업 전체에 큰 보탬이 되고자 했던 경영이념을 진솔하게 전달했다.

국내 최장수 소프트웨어 브랜드인 ‘V3’ 제품군을 보유한 안철수연구소는 대한민국 IT의 대표 아이콘 가운데 하나인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로 더 유명세를 떨친 기업이다.

지난 1995년 3월 설립된 이 회사는 16년째 국내 보안산업의 산증인이자 대표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9년 4월 CIH 바이러스 대란, 2003년 1.25 인터넷 대란, 2009년 7.7 DDoS 사태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보안 이슈의 중심에는 항상 안철수연구소가 있었다.

특히 2000년 초 IT 거품이 꺼진 뒤 각종 벤처 관련 주식, 금융 비리가 줄줄이 곪아터져 벤처 업계가 얼룩지는 동안에도 투명 경영을 실천한 대표 벤처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때로는 기회였고 때로는 위기이기도 했다.

◇ 23살된 ‘V3’ 신화는 계속된다= 지난 1988년 6월 의대 박사 과정에 있던 안철수 교수가 세계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인 ‘브레인’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V3’는 보안 소프트웨어 불모지인 국내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안 교수는 자신의 컴퓨터에 감염된 브레인 바이러스를 컴퓨터 언어로 치료한 후 친구의 권유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치료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백신(Vaccine)’이라 이름 붙였다.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를 백신 소프트웨어라고 부르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고유 명사가 제품 전체를 의미하는 보통 명사로 확장된 경우도 당시로서는 이례적이었다. V3는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23년 간 지속돼 온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자존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미국 보안 기업들이 세계 보안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자국(로컬) 시장을 50% 이상 점유율로 지키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다.

지난 1997년말 글로벌 보안업체가 1000만달러에 안철수연구소 인수를 제의했지만, 안 교수가 국내 보안시장은 우리 기업이 지켜야 한다는 소신으로 단호히 거절한 것은 유명한 일화가 됐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안철수연구소 설립 전 7년 간 무료 보급된 V3를 유료화한 것에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업 사용자 층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PC 보급과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국내 정보보안시장은 고속 성장했다.

안철수연구소 역시 이에 따른 수혜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25%대의 고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2006년 이후에는 PC 판매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 폭도 줄면서 안철수연구소의 성장성도 저하되고 있는 상태.

지난 2005년부터 창업자인 안철수 이사회 의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것도 회사에는 부정적이다. 안 의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위기 돌파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새로운 기회= 안철수연구소는 국내에 사이버 침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빠르게 대응책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9년 말, 당시 IT업계의 최대 이슈는 ‘밀레니엄 버그’(Y2K)였다. 안철수연구소는 그 즈음 다소 생뚱맞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2000년 1월 1일이 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는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그 반대로 말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던 게 사회적 분위기였다. 만일 작은 피해라도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쟁 업체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을 운운하며 Y2K 바이러스에 대비하기 위한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던 시기였지만, 안철수연구소는 당장 눈에 들어오는 이익을 좇아 스스로 정한 경영철학을 오롯히 지켰다.

안철수연구소는 컴퓨터백신의 대명사인 ‘V3’에 집중돼 있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보안서비스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보안 제품 개발은 물론 보안시스템 구축 컨설팅과 운영·관리 등 보안서비스의 전 과정에 걸쳐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국내 벤처 1세대 기업으로 꼽히는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몇년간 성장세가 5% 안팎에 머물고 있다. 국내 보안시장이 협소한 데다 글로벌 보안업체들에 밀려 해외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탓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향후 3~5년 뒤 비약적인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IT 패러다임이 모바일로 급격하게 바뀌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4대 CEO인 김홍선 사장은 지난 2008년 8월 취임 후 스마트폰,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 보안의 IT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적극적인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안 솔루션 ‘V3 모바일’ 시리즈를 출시해 새로운 환경의 보안 위협에 선제 대응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원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소셜게임 개발 사내 벤처를 육성해 지난해 10월, 성공적으로 분사시킨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기준 933억원에 이르는 보유 현금성 자산도 안철수연구소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 목표와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홍선 대표는 “올 해는 지금까지 꾸준히 준비해왔던 과정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며 “성장과 도약의 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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