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행복한 경제강국의 조건

입력 2011-01-04 13:49 수정 2011-01-1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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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부국장 겸 증권부장
또 새해가 밝았다. 그 여느 해처럼 국가도, 기업도, 국민도 물질적 풍요를 기약한다. 국가는 명실상부한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하고,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미래시장 선점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들은 부(富)를 축적하는 것이 풍요로운 삶의 필요조건이라고 믿고 자산증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돈(물질)에 대한 집착(?)을 갖는 것을 탓할수는 없다. 어쩌면 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돈으로 경제성장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는데 있다. 아니 경제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체감 불행지수가 높아만 간다.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높아져도 꼭 행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논문에 의하면 1950년부터 1970년까지 일본의 국민소득은 일곱 배 증가했지만 삶의 만족도는 국민소득이 최하위권인 방글라데시와 비슷할 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털린은 논문에서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는데 이것이 바로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이스털린의 역설’이 시사하는 바는 행복감은 ‘빵(경제)’이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국민소득이 수백 달러에서 수천달러로 급성장한 ‘부탄’이란 나라를 보자. 그 나라는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것과 비례해 행복지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고립생활을 할 때는 농사만 짓고 살아도 행복했는데,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부터는 상대적 박탈감과 욕심이 생겨 행복도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몇 해 전 조사한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68위로 아시아 최고인 베트남(5위)보다 훨씬 낮았고 초 강대국인 미국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인 100위권 밖에 머물러있다. 세월이 몇 년 흘렀다 해서 아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담고 있는 나라가 경제 강국이 된 들 내가,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제기적을 이뤘다고 세계가 놀라고 있지만 내가,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기적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다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니다. 국가나 기업이 주는 게 아니다. 행복은 바로 우리들의 삶의 태도, 삶의 철학의 문제다. 경제발전을 위해 잊었던 ‘행복 DNA’를 다시 찾을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가수 김장훈은 행복해지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는 어린 시절 빨간딱지와 함께 보냈다. 세상물정 모르던 시절, 집안 곳곳에 붙어있는 딱지들을 보며 김장훈은 마치 훈장인 것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청소년기가 돼서야 그는 빨간딱지가 그의 삶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가출도 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가수로 성공한 그는 전셋집에 살면서 수십억원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는 “내게 소유욕이 있다면 나눠 쓰기 위한 것”이라며 “촛불 켜 놓고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한 노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장훈은 베푸는 가운데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병철, 정주영을 제치고 존경받는 부자로 칭송받고 있다.

다행이 지금 우리 사회엔 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눔을 ‘인생 재테크’라 생각하고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주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행복 전도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사회적 DNA’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사회에서 김장훈 같은 사람은 아직 단지 미덕을 베푸는 특별난 사람일 뿐이다. 소유함이 행복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건 삶의 진리다. 대한민국이 명품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이 진리를 깨닫는 구성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돈을 축적과 소비의 대상에서 해방시켜 윤리, 철학의 단계까지 끌어올릴 때 행복한 글로벌 강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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