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환율전쟁 불씨는 살아있다

입력 2010-12-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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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경쟁적 평가 절하의 악몽을 불러일으키던 국제 환율전쟁이 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다. 사실 환율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보호주의는 일종의 ‘근린 궁핍화’정책으로서, 1930년대 대공황의 국제적 확산을 설명하는 중요한 고리다.

따라서 오늘 날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세계경제 지배구조)의 새로운 축으로 간주되는 G20 차원에서 환율전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전쟁의 불씨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11월 G20 회의는 몇 가지 논점을 남겨 두고 있다. 우선, 미국의 제안에 따라‘경쟁적 평가절하(devaluation) 자제’라는 표현을‘경쟁적 저평가(undervaluation) 자제’라는 표현으로 수정하자는 안이 부결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신‘환율 유연성 제고’라는 다분히 모호한 표현이 삽입되는 정도에 그쳤는데, 그러나‘평가절하’와‘저평가’ 간의 대립은 현 환율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크다. 실제로 미국 민주당의 대외 경제정책 씽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는 G20 회의를 전후해 <환율전쟁?(Currency War?)>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논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자체 실질실효환율지수, 즉‘펀더멘털균형환율(FEER)’기준으로 주요국 환율의 저평가/고평가 정도가 구체적인 수치로 명시돼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은 17% 정도 저평가되어 있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도 각 13%, 29%씩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FEER 기준이며, 달러화 대비 명목 환율 기준으로는 중국 20%, 말레이시아 22%, 싱가포르 33% 정도로 저평가 정도가 좀 더 확대된다. 그간의 달러 강세를 반영한 대목이다. 반면 일부 나라들은 오히려 환율이 고평가(overvaluation)되어 있다. FEER 기준으로 일본은 8%, 호주는 22%, 유로존은 6% 정도 말이다(물론 달러화 대비로는 일본 3%, 호주 18%, 유로존 6%로 고평가 정도가 조금 달라진다.) 한국은 어떨까? FEER로는 1.9% 고평가된 반면, 달러화 대비로는 4.2%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으로는 원화도 고평가되어 있지만, 달러 대비로는 조금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태도는 중국 등 환율 저평가국의 환율이 절상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한편, 일본이나 유로존과 같은 환율 고평가국은 오히려 환율 절하, 즉 평가절하를 용인하는 셈이다. 이는 미국이 일본과 유로존 처럼 전통적인 우방국들을 끌어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환율절상 압력을 중국 등 일부 환율 저평가국에 집중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과 같은 경우에는 공공연한 시장 개입과 같은 방식으로 환율 하락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외 환경의 급변에 대응해 어느 정도는 환율 관리가 용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제안은 중국 등의 반발에 직면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잣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동시에 미국은 의장국인 한국과 더불어‘경상수지 목표제’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 환율전쟁에 국제적 차원의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환율전쟁으로 격화될 조짐을 보이던 환율문제를 단순한 환율조정 차원에 국한 짓지 않고 그 배후에 자리 잡은 근본 원인에 대한 시정, 나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현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으로 관심이 진전된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사실 중국도 직전 IMF 총회 등에서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여기서는 일본과 유럽 등 전통 우방들이 문제였다. 미국이 중국을 하위 파트너로 삼은‘새로운 G2’를 통해 글로벌 거버넌스를 재건하려는 데 소외감을 느낀 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환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상호 엇갈리는 대립선을 낳으면서 여전히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문제는 2011년에 한 차원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프랑스가 G20 의장국이 된다. 이미 프랑스는 중국과 더불어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 재편 등 국제통화체제 재편을 주요 쟁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문제까지 가세하게 되면, 국제 환율은 그야 말로 대격동에 휘말릴 수 있다. 그간 유럽 재정위기 등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가 쟁점화 되는 와중에도 미국은 자체 막대한 리스크(경상적자와 재정적자 등)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힘입어 상당한 면역력을 보여 왔다. 하지만 국제통화체제 재편 논의가 본격화 될 경우 더 이상 달러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이런 연유로, 2011년은 국제 외환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의 온상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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