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 룰 안 지키는 '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

입력 2010-11-10 09:54 수정 2010-11-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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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은 있는 그대로 플레이가 원칙이다. 사진은 박도규

‘모든 플레이어는 볼이 놓여 있는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골프규칙13조) 그런데 이것이 잘 지켜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 지켜진다. 플레이 중에 단 한번이라도 볼을 옮겨 놓고 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공자(孔子) 이상이리라.

그렇다. 프로건 아마추어건 일단 플레이가 시작되면 볼을 있는 그대로 치는 것이 골프에 예의를 지키는 일이고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볼 뿐만 아니다. 스탠스도 같다. 어떤 이유로든 어드레스를 위해 땅을 파거나, 깎거나, 누르거나, 흙을 모을 수도 없다. 무릎을 꿇고 샷을 할 때 바지에 흙이 묻을까봐 수건을 깔아도 규칙위반이다.

벙커샷이 불편하다고 모래를 평평하게 다져도, 벙커 턱에 스탠스가 걸렸다고 흙을 쳐내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런데 아마추어는 한다. 규칙위반을 밥먹듯 한다. 접대골프 문화 탓인지 몰라도 그냥 넘어 간다. 함께 라운드하는 동반자는 어느새 공범(共犯)이 되는 것이다.

골프규칙 13조 2항을 보면 ▲자신의 볼 위치 ▲스탠스나 스윙구역 ▲플레이 선 또는 연장선 ▲드롭하거나 플레이스할 지역 등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있다.

첫째, 클럽으로 지면을 꾹꾹 누르는 행위 둘째, 생장물, 고정물을 움직이거나 구부리거나, 부러트리는 행위, 셋째, 지면을 돋우거나 울퉁불퉁한 곳을 고르는 행위, 넷째, 모래, 흩어진 흙, 제자리에 메운 잔디 조각을 제거하거나 누르는 행위 다섯째, 이슬, 서리 또는 물을 제거하는 행위 등이다.

위와 같은 행동을 하면 무조건 벌타가 주어진다.

물론 예외도 있다.

①어드레스할 때 클럽을 가볍게 지면에 놓는 행위 ②스탠스를 올바르게 취하는 경우 ③스트로크하면서, 또는 스트로크를 하기 위해 클럽을 후방으로 움직이는 도중 그리고 멈추지 않고 스트로크를 한 경우, ④티잉 그라운드에서 불규칙한 곳을 고르는 경우 ⑤퍼팅 그린 위의 모래, 흙을 치우거나 손상 죈 곳을 수리하는 경우 등에는 벌이 없다 등이다.

▲먼싱웨어 챔피언십 우승자 강경남이 경기위원들과 볼을 찾은 뒤 무벌타 드롭을 의논하고 있다. 사진=KPGA 민수용 포토

스탠스를 취하는 데 인정되는 행위는?

①스탠스를 취하는데 다만 그 방법 밖에 없는 경우에 한해 뒷걸음 칠 때 그로 인하여 나뭇가지가 밀어 젖혀지거나, 어린 나무가 구부러지거나 꺾어지는 행위 ②나무 밑에 들어가려고 손으로 나뭇가지를 구부리는 행위.

반면에 인정되지 않는 행위는?

①스트로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부러 나뭇가지를 움직이거나, 구부리거나, 꺾어버린 행위, ②스트로크 할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뭇가지를 밟고 서는 행위 ③같은 목적으로 나뭇가지를 다른 가지에 걸쳐 놓거나 잡초를 서로 매 놓는 행위 ④스탠스를 취한 후 나뭇가지를 손으로 구부리는 행위 ⑤필요 이상으로 나뭇가지를 손, 다리 혹은 몸으로 구부리는 행위 등이다.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 특히 90타대를 오고는 골퍼들은 이런 규칙을 지키지 못한다. 몰라서 못 지키고 고의로 안 지킨다. 가급적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위반을 한다.

어드레스를 한 뒤 클럽헤드로 볼 뒤를 움푹하게 눌러 놓는다. 심지어 3분 정도 다리미질을 하는 아마추어도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아예 봉긋하게 솟아오른 잔디에 옮겨 놓고 샷을 하기도 한다. 모래 벙커에 들어갔는데 페어웨이로 드롭하고 치는 몰상식한 골퍼도 종종 눈에 띈다. 그린에서 볼과 홀 사이 라인에 선을 만드는 몰지각한 골퍼도 적지 않다. 차라리 티 꽂고 치지. 보기만 해도 얄미운 골퍼다. 지적하자니 감정만 상할 것 같고, 안 하자니 뚜껑 열리고.

골프규칙은 플레이어의 벌타 목적보다는 구제하기위해 만들어 놓은 것. 하지만 규칙을 몰라서 위반을 했다고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함께 라운드하면서 가장 열 받게 하는 것은 볼을 좋은 라이로 슬슬 옮겨 놓는 것. 이것에 신경 쓰다 보면 내 볼도 잘 안 맞고 그러면 더욱 화가 나고 짜증스럽다. 이것이 반복되면 즐거워야 할 골프가 엉망이 된다. 종종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옛날부터 중국 고대 전설에는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 중 복희씨(伏羲氏)는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으로 삼황오제의 우두머리. 팔괘(八卦)를 처음으로 만들고 그물을 발명해 고기잡이의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그 복희씨 시대의 이야기이다.

복희씨가 중국을 다스리고 있던 어느 날, 태백산의 한 산마을에 돌림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전갈을 들었다. 복희씨는 그 마을로 향하게 되었다. 그 마을은 황하의 물이 시작되는 곳이라 시발(始發)현(縣)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 마을에 도착한 복희씨는 돌림병을 잠재우기 위해 3일 낮, 3일 밤을 기도했다. 3일째 되는 밤 기도 도중 홀연 일진광풍(一陣狂風)이 일면서 웬 성난 노인이 나타나 “나는 태백산의 자연신이다. 이 마을사람들은 몇 년째 곡식을 거두고도 자연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으니 이를 괘씸히 여겨 벌을 주는 것이다. 내 집집마다 피를 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했다. 복희씨는 자연신이 화가 난 것을 위로하기 위해 방책을 세우고 마을사람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자연신의 해를 피하기 위해선 집집마다 깃발에 동물의 피를 붉게 묻혀 걸어두어야 하오!”

그런데 그 마을사람 중에 시발(始發)현(縣)의 관노(官奴)가 하나 있었다. “귀신은 본디 깨끗함을 싫어하니, 나는 피를 묻히지 않고 걸 것이다”라며 붉은 피를 묻히지 않은 깃발을 걸었다.

그날 밤 복희씨가 기도를 하는데 자연신이 나타나 대노(大怒)하며 말하길 “이 마을사람들이 모두 정성을 보여 내 물러가려 하였거늘 한 놈이 날 놀리려 하니 몹시 불경스럽도다. 내 역병을 물리지 않으리라”고 말했다.

다음날부터 전염병이 더욱 돌아 마을 사람들은 고통스럽고 많은 이가 죽어갔다. 이는 그 마을(시발현)의 한 노비가 색깔 없는 깃발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독불장군처럼 행동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식한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라고 불렀다. (始:시작할 시 發:발할 발 奴:노예 노 無:없을 무 色:색 색 旗:깃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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