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조는 80년 전통의 부산 향토기업이다. 1930년 부산 범일동에서 대선양조로 출발해 대선주조는 1974년 소주업체 1도 1사 방침에 낙점돼 부산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발전을 거듭했다. 한때 부산 소주 시장점유율 95%에 이를 정도로 부산의 터줏대감 노릇을 했지만, 1997년 대선주조는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다가 부도가 났다.
IMF 구제금융 시절 2000억원의 빚을 탕감해주는 형식의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등 부산시와 부산 시민의 전폭적인 사랑 속에 대선주조는 가까스로 회생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002년 대선주조 최대주주 최병석 회장이 회계 조작으로 회사부채 142억원을 갚은 것처럼 속인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되며 회사는 다시 비틀거렸다. 경쟁사의 적대적 M&A 시도도 계속되면서 대선주조는 부도 이후 재기에 이르기까지 부침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2004년 최 전 회장의 사돈이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인 신준호 당시 롯데햄우유(현 푸르밀) 회장이 총 600억원 가량을 투입해 대선주조 주식 98.97%를 사들였다. 부산시민들은 부산연고 대기업이 대선주조를 인수했다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대선주조의 기업가치는 단숨에 뛰어올랐다.
무려 ‘30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며 대선주조를 내동댕이치자 부산 시민들로부터 이른바 ‘먹튀’라는 맹비난을 받게 됐다. 롯데제품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며 대선주조의 소주 점유율이 50%대로 내려가는 등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부산 시만단체 관계자는 “공적자금까지 투입하며 시민이 살려놓은 회사를 주인없는 사모펀드에 넘긴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산연고 기업가가 시민들의 애향심을 악용한 셈”이라고 분노했다. 시민들이 이번 대선주조 입찰에 롯데칠성이 참가하면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먹튀논란은 검찰의 내사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검찰은 신 회장의 서울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대선주조 주식 취득 관련 자료 등을 압수했으며 현재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부도와 매각이 거듭되면서 지난 9월 대선주조에 대한 매각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부산지역 기업이 대선주조를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부산 연고 중견기업인 비엔그룹과 부상상공컨소시엄, 롯데칠성이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이며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대선주조 대주주 코너스톤이 입찰가가 예상보다 적게 나왔다며 입찰을 무효화시켰고 결국 지난 15일 2차 입찰에서는 1차 때 참여했던 업체들이 모두 입찰 참여를 거부했다. 인수희망 업체들은 “일방적인 입찰무효화는 부당하다”며 “입찰가격 보다 낮은 가격이 아니라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코너스톤은 “잠재 매수자와 매각 협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협상의 주도권이 이미 인수희망업체들로 넘어가 인수전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코너스톤이 2008년 당시 지분 매입을 위해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원리금을 갚지 못해 매각 주체가 채권단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코너스톤이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도와 회생, 먹튀를 거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대선주조의 새 주인 찾기가 여전히 안개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