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SEC, 골드만식 사기 조사 확대.. 업계 폭풍전야

입력 2010-04-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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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UBS·BOA 조사 확실시

전례를 찾아볼 수 있는 미 증권당국의 금융기관 기소 사건은 어떻게 흘러갈까. 쉽게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며 업계 전체가 긴장에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제2의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투자자 기만 혐의로 기소하고 다른 대형 금융기관들도 동일한 사기행각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태의 발단은 투자은행 업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 사태로 주택시장이 요동칠 당시 헤지펀드 등의 주요 고객이 주택가격 급락에 베팅할 수 있도록 거래를 설계했다는 사실이다.

SE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기반으로 한 구조화 상품을 판매하면서 주택시장이 붕괴될 경우 대형고객인 헤지펀드가 숏포지션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이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SEC는 이 혐의로 골드만삭스를 기소했지만 이와 유사한 거래가 있었던 도이체방크와 UBS,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이들 금융기관이 일부 고객을 우대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과 사기행위가 있었는지를 SEC가 판단하는데 따라 향후 조사 방향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SEC가 골드만삭스 기소와 관련 주목한 부분은 골드만삭스가 고의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는지 여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7년 봄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기초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하면서 상품 개발에 참여한 헤지펀드인 폴슨앤코가 가격 하락에 베팅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데다 허위정보까지 제공해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폴슨앤코는 10억달러 가량의 수수료를 챙기는 등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전후해 총 15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투자자 대부분은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부실채권으로 전락한 모기지 관련 투자는 미국 대형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을 경영 위기로 빠뜨린 주 요인이었다.

WSJ가 입수한 자료와 관계자에 따르면 AIG는 2005년 투자은행이 판매한 1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보증했다.

이들 증권에는 헤지펀드들이 베팅한 자산이 포함돼 있었다. AIG 구제 비용은 고스란히 납세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SEC의 이번 조사는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집중될 전망이다. 앞서 SEC의 로버트 쿠자미 법무집행국장은 골드만삭스의 거래와 유사한 모기지증권 관련 거래를 정밀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SEC가 문제를 지적한 골드만삭스의 경우 신용평가사는 2008년 1월까지 발행된 모기지증권의 등급을 99%나 하향 조정했다.

도이체방크와 메릴린치, UBS가 조성한 CDO 일부도 2008년 초까지 대부분이 등급 하향 대상에 올랐다.

도이체방크의 트레이더는 2005년 9월 이미 주택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택시장이 붕괴하기 전의 일이다.

WSJ는 도이체방크의 모기지증권 담당 애널리스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미결제손실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캘리포니아주 소재 모기지업체를 방문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비해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거래를 실시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관계자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미 사업부문은 2005년부터 2006년 연말에 걸쳐 CDO를 설계했다. 또 이 은행의 헤지펀드 고객이 하락에 베팅했던 모기지증권의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CDS를 설계했다.

도이체방크의 트레이더들은 골드만삭스 CDO 포트폴리오 종목 설계에 참여한 폴슨앤코가 도이체방크의 일부 CDO 포트폴리오 종목 설계에도 참여해 약 100개의 모기지 자산을 선택하는 것을 조언했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 관계자는 이 가운데 일부를 사용했으나 그의 추천을 모두 따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관계자와 WSJ가 입수한 판매촉진용 자료에 따르면 관련 CDO를 구입한 투자자들은 헤지펀드 CDS의 거래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다만 CDS가 보증하는 모기지증권 목록은 입수할 수 있었다.

'스테이틱 레지덴셜 CDO(START)’라 불리는 도이체방크의 CDO는 MBS 강세에 베팅했다. 그러나 헤지펀드들은 반대로 투자했다. 헤지펀드들은 CDO 가치가 하락할 수록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대변인은 폴슨앤코 뿐 아니라 거래에 관련된 회사는 CDO가 증명된 MBS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뉴욕 소재 트라이카디아 캐피털은 자사 고객에 대해 2007년 1월에 구조화 상품 시장에 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어 세계 금융시장 전체에 큰 영향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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