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신의 에어살롱] 저가항공사, 전세기사업 '위험한 유혹'

입력 2010-03-29 11:42 수정 2010-03-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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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제주항공은 부산~세부 노선을 전세기 형태로 운항하던 갑자기 운항을 중단했다. 필리핀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지난 2월말까지 필리핀 클락 지역에 전세기를 띄웠던 진에어는 3월이나 4월부터 정기편으로 바꿀 예정이었지만 허가문제로 포기했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취항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LCC들이 정규노선보다 전세기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세기란 특정기업이나 단체등이 항공기를 일정금액을 주고 빌려서 운항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 특정 노선의 운수권을 임시로 빌려서 여행사가 직접 영업을 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항공사는 별도로 영업을 할 필요가 없이 노선 운항허가를 내주고 여행사가 모은 손님의 예약과 발권, 항공기 운항만 책임지면 된다.

항공사가 전세기를 띄우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향후 정기편을 개설하기 위한 시장개척이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당장 이익을 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주로 항공협정상 정기노선 개설이 되지 않는 지역을 향후 운수권 배분시 우선권을 얻기 위해 취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돈은 되는 노선인데 운수권이 없거나 혹은 운수권이 제한돼 있어 추가로 운항할 때 선택하는 방법이다. 주로 항공사와 여행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때 성립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전세기는 당장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만큼 변수가 많다. 가장 큰 변수는 허가 문제다. 전세기는 정기편과 달리 한 달에 한 번씩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비행기를 띄우다 허가를 못 받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또 예기치 못한 외부상황으로 인해 시장이 악화됐을 경우나 전세계약을 맺은 여행사가 영업 부진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어떤 경우이든 항공사·여행사·소비자가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게 전세기 사업이다.

LCC들이 정기편보다 전세기를 선호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해할만하다. 정부는 그동안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자율경쟁을 이유로 LCC의 설립을 유도해왔다.

LCC의 국제선 진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항공법상의 항공운송사업 면허제를 기존 정기․부정기에서 국제․국내로 바꾸고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변경으로 LCC들의 국제선 취항은 보다 쉬워진 면도 있지만 문제는 정작 취항할 노선은 극히 드문게 현실이다.

국제선은 기본적으로 국가로부터 운수권을 받아야 띄울 수 있는데 운수권은 항공협정에 따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대부분 돈 되는 노선은 대형 항공사들이 선점하고 있기에 쉽게 진입하기도 힘들다.

더욱이 LCC들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중국과의 항공자유화는 자꾸 지연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중국 전역이 항공자유화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항공회담 개최를 미루고 있다.

일본과는 항공자유화에 합의했지만 도쿄등 돈 되는 주요 지역은 여전히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LCC들이 가장 선호하고 또한 가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역이 벽에 막혀 있는 것이다.

국내 LCC들은 국제선 취항을 위해 지난해 부터 계속해서 항공기 보유대수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띄울 수 있는 국제선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막대한 돈을 주고 들여온 비행기를 놀릴 수 없으니, 어느 곳이라도 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수밖에 없다.

140석에서 170석 정도 규모의 항공기로 왕복 비행시간 8시간에서 12시간씩 그것도 대형 항공사에 비해 평균 30% 정도 저렴한 요금으로 운항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세기 사업은 잘 하면 본전이고 못하면‘쪽박’이라는 말이 있다. 못했을 때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손쉬운 길을 가고자 하는 항공사도 문제지만 면허를 내 주고 살 길은 마련해 주지 않는 항공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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