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스] 중국 지급준비율 인상의 속내

입력 2010-01-14 08:38 수정 2010-01-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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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열린 뉴욕증시(12일)는 어닝시즌 개막 테이프를 끊은 알코아(-11.06%)가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 발표로 폭락하는 등 기업실적 부진과 중국의 긴축정책 선회 가능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나스닥 지수(-1.30%)를 비롯한 주요지수들이 약세로 마감했다.

주택건설업체 KB홈스와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 석유업체 셰브론 등의 어두운 실적 전망은 막 개막한 어닝시즌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중국이 국채 3개월물에 이어 1년물 금리를 올리고 19개월만에 지급준비율까지 인상하며 사실상 긴축정책 선회 움직임을 보이자 국제유가는 기온 상승 전망과 더불어 배럴당 80달러선으로 하락했다.

15.13p(0.89%) 갭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이 현·선물을 동시에 매도하고 주변 아시아 증시들이 동반 하락하면서 점차 낙폭을 늘려나갔다.

계단식 하락세를 전개한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27.23p(1.60%) 내린 1671.41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97억원, 2347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에 맞선 개인은 42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KSP200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4155계약 순매도로 차익거래 매도를 유발한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408억원) 위주로 1755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를 압박했다.

중국 지준율 인상 여파로 환율은 이틀째 반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90원 오른 1125.50원으로 마감했다.

중국발 삭풍에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상해종합지수가 3.09% 폭락한 것을 비롯해 닛케이지수(-1.32%), 항셍지수(-2.59%), 가권지수(-1.36%), 싱가포르지수(-0.95%)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철강 등 중국관련株 약세..정책수혜 원자력株 강세

중국 정부가 '긴축의 칼'을 빼어 들 경우 수요가 위축될 수 있는 철강업종을 비롯해 중국관련주들이 큰폭 하락했다.

삼성전자를 대신해 지수를 떠받치던 POSCO가 4.49% 급락한 것을 비롯해 풍산(-6.44%), 동국제강(-5.29%), NI스틸(-5.47%), 현대하이스코(-4.96%), 고려아연(-4.93%), 동부제철(-4.63%), BNG스틸(-4.56%) 등의 철강주들이 국제 상품가격 하락 영향과 더불어 일제히 하락했다.

업황 회복 기대로 최근 강했던 조선, 해운주들도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현대중공업(-5.64%), 현대미포조선(-4.74%), STX조선해양(-4.41%), 대우조선해양(-3.53%), 삼성중공업(-2.08%), STX팬오션(-6.39%), 대한해운(-3.11%), 현대상선(-4.59%), 한진해운(-4.53%) 등이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유가의 고공행진과 함께 정제마진 확대 기대로 올랐던 SK에너지(-4.45%), S-Oil(-1.82%)와 한화석화(-6.71%), 호남석유(-4.17%), LG화학(-2.26%) 등의 소재주들도 크게 위축됐다.

한편 정부가 세계 3대 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원자력 관련주들이 약세장에서 돋보였다.

한국전력이 1.26% 오른 것을 비롯해 한전기술(4.14%), 한전KPS(1.14%), 케이아이씨(2.17%), S&TC(0.73%) 등이 오름세를 탔고, 코스닥시장의 보성파워텍, 강원비앤이, 모건코리아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그밖에 한솔홈데코(상한가)와 후성(1.00%) 등의 탄소배출권 관련주들이 대안주로 부각되며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철강금속(-4.02%)과 증권(-3.55%), 운수창고(-2.95%), 화학(-2.35%), 섬유의복(-2.26%), 건설(-2.12%) 등의 조정이 깊었고, 의료정밀(2.72%)과 보험(1.22%), 전기가스(0.79%), 통신(0.17%) 등은 올랐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에 나서면서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1.48% 하락해 80만원대를 재차 하회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0.97%), KB금융(-1.87%), 신한지주(-1.10%), LG전자(-2.23%), LG디스플레이(-0.26%), 우리금융(-4.44%) 등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테크윈(3.85%)과 현대모비스(1.68%), 현대해상(2.23%), 엔씨소프트(1.81%), 에스원(1.77%), 삼성화재(1.52%), GS(1.47%), 동부화재(1.39%), 진로(1.21%), 동양생명보험(1.09%), 삼성전기(1.04%) 등은 지수를 거슬러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은 기관 매수(+120억원)에도 불구 0.68% 하락하며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자책, 클라우드 컴퓨팅, 3D 등 급등 테마주들을 중심으로 급락세가 연출됐다.

클루넷 등이 하한가를 기록했고 아이컴포넌트(-9.59%), 아이스테이션(-10.53%), 인터파크(-9.90%), 잘만테크(-8.25%), 예스24(-7.38%), 케이디씨(-3.08%) 등이 큰폭 하락했다.

반면 브라질 고속철도 수주 기대로 세명전기(13.84%), 대아티아이(12.05%), 리노스(8.89%), 삼현철강(1.96%) 등의 철도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가 풍력발전부품 외국산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는 기대로 태웅(13.40%)과 평산(7.88%), 동국산업(4.40%), 동국S&C(1.86%), 유니슨(2.88%), 용현BM(2.81%), 현진소재(4.36%), 한일단조(4.10%), 마이스코(3.50%) 등의 풍력주들이 무더기 강세를 기록했다.

한편 스마트폰/모바일 테마주들은 등락이 크게 엇갈렸다.

후발주로 나선 영우통신과 씨엠에스(이상 상한가)를 비롯해 멜파스(8.66%), 디오텍(5.68%), 청담러닝(5.09%) 등이 오른 반면, 인프라웨어(하한가), 네오위즈벅스(-11.11%), 다날(-7.16%), 씨모텍(-7.79%), 이니시스(-7.84%), 안철수연구소(-5.35%) 등은 급락했다.

코스피 20일선 이탈..투자심리 회복이 우선

중국발 긴축 쇼크가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었다.

이날 조정폭으로만 보자면 그리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20일선을 살짝 이탈하기는 했지만 상승기조가 여전히 유효하고 거래대금도 의미를 둘 정도는 아니다.

차이나 쇼크의 근원지인 중국의 상해종합지수는 이날 3% 이상 급락했으나, 큰 그림상 수렴추세를 벗어나지 않는 모습으로 방향성 탐색국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금리인상의 경우 정책효과는 직접적이지만 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은 간접적이고 소극적으로 취해진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긴축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시장의 교란을 원치 않는다는 중국정부의 속내도 읽혀진다.

중국의 지준율 인상은 대출 억제를 통한 과도한 유동성 흡수, 인플레이션 사전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결코 금융시장을 경색시키고 경기회복을 저해하기 위함이 아니다.

재료는 언제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긴축은 유동성 위축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지만 어느정도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긴축 자체가 악재는 아닌 것이다. 시장에 크게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단행되는 출구전략이라면 감내할 만하다.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되기는 했지만 아직 증시가 기술적 조정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은 만큼 이날 조정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부진한 고용지표가 출구전략 도입시기를 지연시킬 것이라며 안심하고 있다가, 중국이 출구전략에 준하는 지준율 인상을 기습적으로 단행하자 시장이 놀란 것 뿐이다.

아직까지는 긴축 이슈를 조정의 빌미 정도도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지 못한다면 수급이 꼬이면서 하락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코스피지수는 수급기준선(연두색)을 크게 하회하며 매도세가 매수세에 비해 강해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어닝시즌은 높아진 눈높이로 인해 결코 우호적이지만 않다는 것을 전일 뉴욕증시는 여실히 보여줬다.

담대하게 대응하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향후 실적 전망이 양호한 종목들에 기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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