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구글, 사내문화 차이는 뭘까?

입력 2009-11-17 15:32 수정 2009-11-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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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삼성전자, 문화적으로 글로벌은 '아직'

세계 1위 제품을 11개나 만들고 있고 국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졸업 후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에 6년 연속 선정된 국내 최고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

2007년과 2008년 연속으로 포천지가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며 국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장 일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1위‘에 선정된 바 있는 ’구글‘.

이 두 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바로 문화에 있다.

자유분방한 창의성을 중시하는 구글과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국내 대기업의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을 갖고 있는 것.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도 ‘구글처럼’을 꿈꾸며 기존 문화를 타파하고 신세대에 맞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형적인 면이긴 하지만 삼성맨 하면 떠오르던 정장에 넥타이도 캐주얼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 기업은‘글로벌’,‘문화는 '대한민국’

삼성전자와 구글에서 모두 일해 본 한국인 블로거 김현유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hyunyu's Blog를 통해 구글과 삼성의 문화 차이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김씨는 UC버클리의 MBA과정을 마치고 2008년 ‘구글’에 입사했다. 이 전엔 약 4년 반 동안 이스라엘 휴대폰 시장을 담당한 바 있다.

그가 경험한 문화차이는 뭘까?

그는 먼저 스케줄과 미팅의 차이점을 꼽았다.

구글의 경우, 미리 정한 스케줄과 미팅에 따라 움직이지만 삼성은 그렇지 않다는 것.

구글은 팀 혹은 어떤 프로젝트에 따라 움직인다. 프로젝트 관련 미팅은 물론 ‘노가리를 풀자’도 미리 시간을 정해 놓고 만난다. 때문에 지위에 상관없이 불쑥 미팅을 하자고 한다든지 전화를 거는 경우는 별로 없다.

반면 삼성의 경우 보통 그날의 스케줄이나 퇴근 시간은 그때 가봐야 아는 경우가 많다.

몇시에 출근해서 몇시까지 일하느냐의 중요성 여부도 차이점 중 하나다.

삼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의 직장인들은 윗사람이 일하고 있을 때 퇴근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때문에 “벌써 퇴근해?” 혹은 “애 어디갔어?” 란 말을 듣기 일쑤다.

하지만 구글은 이같은 표면적인 것이 아닌, 미팅에 나타나고 e메일에 회신하고 해야 할 일이 진행되고 있으면 된다.

또 다른 차이점은 업무의 강도와 정보의 접근성이다.

구글은 자기가 해야하는 일에 대한 범위와 목표가 구체적으로 정해지고 그 목표에 대한 결과물을 스스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다.

반면 삼성에서는 구글에 비해 책임감과 부담감은 적은 대신 일이 잘 안되면 한번 혼나고 술한잔으로 푸는 끈끈함이 있다.

또한 구글에서는 1대 1이란 것을 주로 한다. 약 30분 동안 윗사람과 1대1로 만나서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 조언을 듣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과 다른 점은 위에서 '보고해봐'가 아니라 밑에서 시간을 내달라는 식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구글처럼 변하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자업장에서 시행되던 자율 복장제를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 6월부터는 부분적으로 실시하던 자율출근제를 각 사업부의 재량하에 전 사업부로 확대했다. 점심시간 포함 9시간으로 정해진 근무시간만 지키면 개인 사정과 시간 활용계획에 따라 출 퇴근 시간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이 허용된 자율 복장제의 경우 비즈니스 에티켓에 위배되지 않고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란 전제가 붙었다. 자율출근제의 경우도 아직까지는 윗사람 눈치 보느라 제대로 정착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제대로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삼성 디지털 시티 선포식'을 개최한 것. 수원 사업장을 대학캠퍼스와 같은 글로벌 업무 단지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내년 6월까지 1단계로 사업장 내에 보행자 중심의 아름다운 보행로, 자전거 도로, 체험형 조경공간, 원천천 연계 산책로, 다양한 체육공간(마사토구장 겸 야구장, 풋살장) 등이 지어진다.

피자·베이커리·커피전문점 등 신세대 기호를 감안한 최고브랜드의 푸드코트 조성, 어린이집 증축, 통근버스 시스템 개선, 스카이라운지 운영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최지성 DMC 부문 사장은 "모든 기업들이 벤치마킹해 보고 싶어 하고 글로벌 최고의 인재들이 함께 근무하고 싶어 하는 그러한 꿈의 일터를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고 말했다.

◆아직은 글로벌 문화 정착 일러

삼성전자가 문화와 환경을 바꾸며 글로벌 최고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하루 아침에 문화가 정착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글코리아의 문화만 봐도 삼성전자의 변화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구글 코리아는 혁신을 강조하며 기업 내에서 상하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실제로 구글 내부에서 직원들끼리 서로를 부를 땐 기존의 대리, 과장 등이 아니라 이름 뒤에 ’님’ 자만 붙여 부른다. 모든 직원들이 하는 일은 구글의 성공을 위해 동등한 입장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

또한 구글 개발자들은 개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또는 프로젝트에 업무시간의 20%를 사용할 수 있다. 그 관심 프로젝트가 돈이나 회사 매출에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구글의 핵심 경쟁력은 여기서 비롯된다. 구글의 성공비결이라고까지 일컬어 지는 "20% 시간"은 구글의 초창기 시절부터 시행돼온 정책이다. 구글뉴스, 지메일, 구글맵스 등이 20%시간을 통해 만들어졌다.

또한 구글에서는 구글 지사가 있는 세계 각지에서 일할 수 있다. 만약 미국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그 프로젝트에 한국에 있는 개발자가 참여하길 원한다면 미국 구글 본사로 달려가서 일할 수 있다.

구글코리아에서 홍보를 맡고 있는 정김경숙씨는 "이집트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간적이 있다. 물론 당시 일은 구글 이집트에서 했었다"고 말했다.

구글과 삼성의 문화를 비교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김현유 씨는 "두 문화에 대해 장단점이 확실하지만 뭐가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좋은 점들을 잘 배합하고 단점은 서로 보완해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 매출 4000억 달러, 세계 IT 업계의 압도적 1위, 글로벌 10대 기업 진입이란 목표를 내걸은 삼성전자가 구글과 같은 창의적인 문화를 접목시켜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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