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한진해운, 중국 수리조선소 '제스코'

입력 2009-10-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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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섬위에 세운 선박 수리·개조 전문병원...한국 기업이 해외에 세운 첫 조선소

주민과 트럭,승용차를 실은 카페리호가 속도를 늦출 때쯤, 왼편 멀리에 백색의 웅장한 건물이 보인다.

언뜻 보면 병원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커다란 공장 같기도 한 이곳. 우리나라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한국 선사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세운 수리·개조 전용 조선소인 제스코(ZESCO)다.

▲터그 보트 위에서 바라본 제스코 전경.

아시아 허브항만으로 키우기 위해 지난 2007년 2단계 오픈한 양산항에서 남쪽으로 뱃길 1시간 30분을 헤쳐 들어간 인구 8만여명의 어촌 ‘취산도’(중국 절강성 조산시 대산현 취산진)에 위치한 제스코와의 첫 대면은 이렇게 시작했다.

한진해운이 중국 순화해운과 합작으로 설립한 수리조선소인 제스코가 지난 9월 절강성 정부로부터 외국적선 입항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2007년 5월 정식 법인을 설립한지 2년여만의 일이다. 더욱이 이번에 제스코가 받은 사업 승인은 70여개에 달하는 업체들과의 경쟁을 뚫은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제스코가 위치한 지역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돌산이었다. 인구 8만여명의 제법 큰 섬임에도 암벽으로 된 지형 때문에 황무지에 불과했던 곳이다. 처음 한진해운이 이곳에 수리조선소를 세우는 것을 의아해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진해운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취산도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장점 때문이다.취산도는 양산항은 물론 중국의 심장 장강 유역에 걸쳐 있는 20여개의 해운항만으로 들어가는 선박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연안 수심이 30m에 달하고 해안선에 접한 수심도 15m에 달해 아무리 초대형 선박이라도 접근이 가능하고, 돌섬이기 때문에 지반이 단단해 침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김명식 제스코 사장은 “수리조선소의 생명은 접근성인데 취산도는 양산항의 길목에서 처음이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라며 “이미 수리조선 수요가 중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수요도 충분해 수리조선소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산도 선착장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20분을 이동해 취산도 산 정상에서 바라본 제스코의 풍경은 김 사장의 말처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의 58000TEU급 컨테이너선인 한진 암스테르담 호를 비롯한 선박 4척이 수리 및 개조 작업에 한창이었다.

김 사장에 따르면 해운업이 불황기임에도 제스코는 매달 7-8척 정도의 수리 및 개조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내 수십개에 달하는 수리조선소들이 한달 평균 2-3척 정도를 취급하는 것에 비하면 제스코의 성장은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다.

▲30만DWT급 도크에 정박해 수리 중인 한진 암스테르담 호.

제스코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접근성도 접근성이지만 다른 수리조선소들에 비해 월등한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단계 시설만 오픈한 제스코는 연면적 55만㎡(17만평) 규모에 30만DWT(재화중량톤수급) 도크 1기, 15만DWT급 1기 및 수리안벽 670m 시설을 보유했다.

면적으로는 여의도공원의 3배에 달하고 2005년경까지 세계 제1의 수리조선소였던 현대미포조선보다도 넓다.

특히 제스코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30만DWT급 도크는 중국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규모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이 도크에서는 57000TEU급 콘테이너선인 한진 암스테르담 호가 수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45t급 크레인 4기와 10개의 대형 선박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고성능 공기압축기(Air Compressor) 6기 등을 갖추고 있다. 기후 조건이 좋아 1년 내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 내 다른 수리조선소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제스코는 현재 부지 옆으로 약 5만평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놓고 있다. 이곳에는 40만DWT급 제3도크와 640m의 수리안벽이 2단계 공사를 통해 들어설 예정이다.

김 사장은 “현재 1단계 시설만으로 연간 150척의 선박을 처리할 수 있지만 2단계 공사까지 완료되면 300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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