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동남 화력체계 시장 타진…현지 운용 패키지 관건
현대로템, AI 대드론·무인체계로 K2 후속 수출 돌파구 모색

우크라이나 전쟁은 K-방산의 성장판을 열었다. 폴란드가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대규모로 도입하면서 한국 지상무기의 납기와 생산능력이 주목 받았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장의 문법은 달라지고 있다. 저가 드론이 정찰과 타격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전차와 자주포의 생존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장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더 강한 장갑과 화력이 지상무기의 경쟁력을 좌우했다. 지금은 적을 먼저 탐지하고, 빠르게 판단하고, 저비용으로 타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대전의 무게추가 탐지와 결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기의 경쟁력이 철판 두께보다 AI를 얼마나 빠르게 업데이트하느냐에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필리핀 K9 수출 타진도 이 흐름 속에 있다. K9은 해외 수출 25년을 맞은 대표 자주포 플랫폼이다.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인도 등으로 수출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에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현지 생산까지 추진되며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유럽 방산 공급망의 일부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K9이라는 베스트셀러 플랫폼만으로는 지상 방산기업들의 성장세를 담보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전차가 지상전의 핵심 전력이었지만, 지금은 드론과 미사일이 전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전문가는 “해외 구매국 입장에서는 수백억원대 전차 한 대를 사는 대신 저가 드론 수백 대를 확보하는 선택지가 나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 재무장 수요가 K방산의 문을 열었다면, 동남아, 중동, 남미 등 각 지역의 작전 환경에 맞춘 패키지 제안이라는 다음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필리핀 시장은 유럽과 다르다. 남중국해 긴장과 도서 방어 수요가 크고, 이미 차륜형 자주포 운용 경험도 있다. K9의 성능만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정찰·표적획득, 신속 기동, 정밀탄, 대드론 방호, 유지·보수·정비(MRO)를 함께 묶은 화력 솔루션으로 제안해야 설득력이 커진다.
현대로템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수출로 존재감을 키웠지만, 포트폴리오가 제한적이다. 올해 들어 신규 해외 방산 계약 모멘텀이 약한 상황에서 루마니아, 중동, 싱가포르 등 후속 시장 확보 필요성이 크다. 이들 지역은 노후 소련제 장비 교체 수요와 드론전 대응 수요가 맞물린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이에 맞춰 대드론·무인체계 중심으로 지상무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지상군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에서 AI 기반 무인 포탑형 대드론 다층 방호 체계를 공개했다. 레이더 등 복수 센서로 위협체를 감지하고 소프트킬과 하드킬을 함께 적용하는 체계다.
현대로템이 현대위아 방산부문 결합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대위아 기술을 결합하면 기동·화력·무인체계를 함께 제안하는 종합 지상무기 패키지로 확장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산업계 전문가는 “전차나 자주포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제 단품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해졌다”며 “전차·장갑차·무인차량·대드론 체계·지휘통제를 묶어 전장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싸울 수 있는지까지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