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9·K2 수출 공식 바뀐다…드론戰 시대 활로 찾는 지상무기 [K-방산, 넥스트 칩]

입력 2026-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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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특수 이후 지상무기 업체들 ‘다음 먹거리’ 찾기 분주
한화에어로, 베트남 이어 필리핀 K9 물밑 타진…아세안 시장 공략
현대로템, K2에 대드론·무인체계 결합해 후속 시장 공략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성기를 맞이한 국내 방산 업계가 ‘다음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폴란드 대규모 수출을 통해 한국산 지상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신속한 납기와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증명해 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확인되듯, 드론과 미사일이 현대전의 판도를 바꾸면서 전차·자주포 중심의 단품 수출 구조만으로는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필리핀에 대규모 실무진을 파견하는 등 K9 자주포 수출 가능성을 물밑에서 타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필리핀 수출이 성사될 경우 K9은 베트남에 이어 아세안 시장에서 두 번째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 베트남 수출이 동남아 시장 진입의 첫 사례였다면, 필리핀은 남중국해 긴장과 도서 방어 수요가 맞물린 해양 안보 시장에서 K9의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K9은 한국 방산 수출의 대표 베스트셀러다.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인도 등에 수출되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재무장 흐름 속에서 한국산 자주포의 존재감도 키웠다. 다만 K9만으로는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기에 한계가 있다.

유럽 특수 의존에서 벗어나 신규 시장을 발굴하고, 각국 작전 환경에 맞춰 플랫폼과 탄약, 정비, 운용체계를 함께 제안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긴장과 군 현대화 수요가 맞물린 시장이다. 이미 이스라엘산 차륜형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고, 추가 수요도 차륜형·정밀유도탄(PGM) 대응 자주포 중심으로 거론된다. 한화에어로는 필리핀 시장에 K9의 성능만 앞세우기보다 정밀탄, 차륜형 플랫폼, 정비·운용 패키지, 대드론 방호를 묶은 현지형 화력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 측은 “필리핀은 K9 수출을 염두에 둔 대상국 중 하나”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진전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K2 전차 수출로 존재감을 키웠던 현대로템도 후속 시장 공략과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K2 전차 후속 수출과 함께 대드론·무인체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루마니아, 중동, 싱가포르 등에서는 소련제 노후 장비 교체 수요와 드론전 대응 수요가 동시에 거론된다. 단순히 전차를 파는 방식보다 전차·장갑차·무인차량·대드론 체계를 묶은 기동 솔루션을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현대로템은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지상군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에서 AI 기반 무인 포탑형 대드론(C-UAS) 다층 방호 체계를 공개했다. 드론 등 위협체를 탐지·식별하고 전파 교란 방식의 소프트킬과 물리적 요격 방식의 하드킬을 함께 적용하는 체계다. 전차와 장갑차, 다목적 무인차량 등 지상무기와 연계 운용도 가능하다. 현대로템과 현대위아 방산부문 결합 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K2 전차와 장갑차 중심의 기동 플랫폼에 화력·무장체계 기술을 더하면 종합 지상무기 패키지로 확장할 수 있다.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방산의 첫 번째 신화가 총과 전차, 자주포를 만드는 나라가 된 것이었다면, 두 번째 신화는 AI와 우주, 사이버 기술로 미래 안보를 만드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K방산의 시작을 알렸다면, 드론전으로의 전쟁 추세 변화는 지상방산 업체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며 “K방산 지상무기 체계 수출을 위해서는 한화에어로와 현대로템 모두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 등 경쟁국에 언제든 밀릴 수 있는 시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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