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화장품 효과와 달라⋯보습 넘어 기능
고농도·고순도·전달기술 등 발전이 기여

화장품의 성분이 곧 ‘브랜드 정체성’으로 직결되는 시대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한 개의 화장품을 사더라도 ‘어떤 성분이 들었는가’를 꼼꼼히 살핀다. 바야흐로 K뷰티 기술 전쟁이 본격화한 모습이다.
글로벌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사 코스맥스에서 화장품 성분을 연구하는 윤석균 바이오 이노베이션랩장은 ‘고효능 스킨케어’ 시장은 이제 대세라고 힘주어 말했다.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코스맥스R&I센터에서 만난 윤 랩장은 “과거에도 성분을 앞세운 기능성 화장품 열풍이 있었지만, 효능과 콘셉트가 번갈아 부각되는 사이클이 반복됐다”면서 “지금은 실질적 효능을 내는 소재를 찾는 게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짚었다.
기능성 스킨케어가 주목받는 것은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화장품 기술도 빠르게 발전한 영향이 크다. 현재 화장품 시장은 더마(피부과학 기반)를 넘어 ‘바르는 의료기기’(MD크림)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화장품만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란 질문을 하자, “예전과는 다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 랩장은 “요즘 화장품은 고농도 배합과 전달기술 발달로 효능이 굉장히 좋아졌다”며 “주사 등 시술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보조수단 수준의 효과는 낸다”고 단언했다.

윤 랩은 화장품 효능을 살필 때 ‘농도’를 먼저 보며 최근엔 ‘순도’도 주목받는다고 했다. 농도는 성분을 얼마나 많이 담느냐, 순도는 그 성분이 불순물 없이 얼마나 깨끗하냐다. 성분 안정화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고농도 배합이 가능해졌고 정제 기술 발달로 고순도 화장품도 많아졌다.
그는 “농도가 높아지면 효능도 함께 상승하기에 현재 시장에선 고농도에 집중하고 있다”며 “순도는 예전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고순도일 경우 소량만 써도 높은 효능을 얻을 수 있어 주목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농도가 높아지면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안전성 기반의 연구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트렌드는 자극이 다소 있더라도 효능이 뛰어난 화장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 고농도·고순도 화장품 개발이 활발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효능 스킨케어 시장에서 성분만큼이나 전달기술도 중요한 숙제다. 리포좀, 스피큘, 엑소종 등이 대표적인 전달기술로 꼽힌다. 윤 랩장은 전달기술은 과거 화장품 콘셉트를 위한 ‘양념’ 같은 존재였지만, 지금은 위상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화장품이 점점 제약 영역과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야 효능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실제로 효능도 있다”면서 “제약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 중 가장 쉬운 것이 전달기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장품 관련 기술이 발달하고 소비자 기대도 높아지면서 K뷰티는 의학·제약 분야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윤 랩장이 몸을 담은 코스맥스를 비롯한 화장품 ODM사들은 K뷰티 경쟁력을 위해 제약 분야와의 기술 협력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윤 랩장은 “K뷰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적 데이터 접목, 가치소비 유인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구매를 늘리고 충성 고객을 만들려면 효능 중심으로 가야 하고,코스맥스R&I센터 또한 이 역량(고효능 화장품 연구에)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성분을 묻자 윤 랩장은 특정 성분을 꼽는 대신 효능 관점에서 바라보길 권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효능은 피부 재생”이라며 “시술을 받는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시술 후 손상된 피부를 관리하는 제품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그렇다면 재생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윤 랩장은 소비자 관심이 궁극적인 피부 건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안티에이징에서 한발 더 나아간 ‘스킨 롱제비티’(피부 장수), 즉 건강하게 피부를 오래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