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농식품·혁신산업 투자 확대
실행 조직 구축부터 모험자본 공급까지 경쟁
금융지주들이 생산적 금융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단순한 대출 확대를 넘어 미래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자금 공급 전략이 진화하는 모습이다. 금융지주별 차별화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생산적 금융 경쟁도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18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금융대전'에서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 실제 사례를 공개했다. 혁신산업 투자부터 신재생에너지 금융, 기업금융 혁신까지 각 금융지주의 생산적 금융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이종우 KB국민은행 성장금융추진본부장은 생산적 금융의 방향 전환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기존의 담보·재무제표 중심 기업대출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투자+대출' 중심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투자·대출·정책금융 연계 모델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본부장은 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인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비롯해 정책금융기관과의 민관합동 프로젝트, 공급망 협력사 금융지원 사례 등을 소개하며 생산적 금융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정찬희 신한은행 생산·포용금융부장은 기업을 바라보는 금융의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를 분석하는 '선구안 길라잡이(M.A.P)'와 산업별 전담 조직인 '선구안 Team'을 운영하며 산업 중심 심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의 담보와 재무실적, 신용등급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산업 생태계와 기술력, 성장성을 함께 살피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 단위가 아닌 산업 단위에서 성장 가능성을 발굴하고, 산업 트렌드와 기술 변곡점까지 반영해 미래 성장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실제 현장에서 구현된 생산적 금융 사례를 소개했다. 최재영 하나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은 강원 삼척도계 50MW 육상풍력 발전사업을 사례로 들며 개발 단계부터 금융이 함께한 과정을 설명했다. 풍력발전 사업은 인허가와 주민 협의 등으로 초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데, 하나은행은 전환사채 투자와 금융자문을 제공하며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PF 단계에서는 정책금융과 민간 자금, 주민참여 자금을 연계해 사업 전반의 금융 구조를 설계했다. 주민 약 50명이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대출 구조도 도입했다. 최 부장은 “하나은행은 성공 가능성을 보고 인허가 초기 단계부터 과감하게 모험자본 공급했다. 이는 영세한 풍력개발 사업자에게 성장 사다리를 놓아준 가치 있는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을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현장의 이해와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고 진단하며, 2030년까지 80조원을 공급하는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특히 생산적 금융이 일부 전담 조직에 머무를 경우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금융은 산업에 대한 이해를 현장 영업조직까지 확산시키기 위해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와 생산적 금융 포럼, 전용 포털을 운영 중이다. 올해 초에는 금융권 최초로 생산적 금융 가이드북을 제작해 영업 현장에 배포하는 등 생산적 금융의 내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박찬규 NH농협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은 NH투자증권의 IMA(종합금융투자계좌) 사업을 대표적인 생산적 금융 사례로 언급했다. 농협금융은 은행지주 계열 최초로 IMA 사업 인가를 획득하며 모험자본 공급 기반을 마련했고, IMA 1호로 모집된 4000억원 가운데 3150억원을 인수금융과 기업대출 등에 투입하며 자본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농협금융만의 강점인 농식품 금융도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4096억원의 농식품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향후 펀드 규모를 1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농업·농식품 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5대 금융지주의 발표는 생산적 금융이 단순한 공급 규모 경쟁을 넘어 실행 방식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담보와 과거 실적 중심의 심사에서 산업과 기술을 보는 평가 체계로, 단순 대출에서 사업 발굴과 성장 지원으로 금융의 역할이 확장되는 흐름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