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논의, 기술 검증 넘어 시장 인프라 경쟁으로
“한국, 발행보다 결제·담보 운영 실험이 과제”

실물자산 토큰화(RWA) 논의가 단순한 디지털 자산 발행 단계를 넘어 시장 인프라 전반의 효율성을 논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초기 논의가 금융자산과 현금이 분산원장 위에서 이동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결제, 담보, 유동성, 컴플라이언스를 포함한 금융시장 운영 구조 개선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RWA는 채권·펀드·주식·부동산 같은 실물·금융자산을 블록체인상 토큰으로 구현해 거래와 결제, 담보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유발 루즈 디지털에셋(Digital Asset) 공동창업자 겸 CEO는 최근 넥스블록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기관이 RWA 토큰화에 주목하는 배경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비효율을 짚었다. 그는 “현재 금융 시스템은 자산, 현금, 담보가 서로 다른 원장과 수탁기관, 관할권에 흩어져 있어 대사와 정산에 시간이 걸린다”며 “이 시간은 거래상대방 위험과 운영비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루즈 CEO는 토큰화가 이 같은 비효율을 줄이고 시장 구조를 바꾸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토큰화의 본질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자본 효율성과 시장 구조 변화에 있다”며 “금융거래의 핵심 요소들이 블록체인 기반 공통 인프라 위에서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결제를 압축하고 유동성을 높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 금융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거래 정보 보호와 시장 간 연결성도 필요하다. 기관 금융에서는 포지션, 거래상대방, 고객 흐름이 상업적으로 민감하고 법적으로도 보호돼야 한다. 루즈 CEO는 “기관 금융에서는 프라이버시와 상호운용성이 부가 기능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RWA 확장은 퍼블릭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루인 솔라나 재단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은 솔라나가 초저비용, 높은 처리량, 빠른 결제 완결성을 바탕으로 기관급 성능과 실제 사용 사례를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이어댄서(Firedancer)와 알펜글로우(Alpenglow) 업그레이드는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지연 시간과 정산 완결성 기준에 맞춰 설계됐다”고 말했다.
루인 총괄은 토큰 익스텐션도 솔라나의 기관 금융 강점으로 꼽았다. 토큰 익스텐션은 전송 제한, 적격 투자자 검증, 거래 정보 보호 기능 등을 제공한다. 그는 이러한 기능들이 “기관 금융 측면에서 솔라나의 차별적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솔라나 기반 RWA 규모는 28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블랙록의 ‘비들(BUIDL)’, 온도의 토큰화 국채, 백드와 엑스스톡스 얼라이언스의 토큰화 주식 등이 주요 사례로 제시됐다.
한국도 주요 시장으로 거론된다. 루인 총괄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디지털자산 시장 중 하나”로 평가하며 “한국은 기술을 가르쳐야 할 시장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생태계를 구축해 갈 파트너”라고 말했다. 한국은 글로벌 교역이 활발한 국가인 만큼 국경 간 결제와 해외 송금 수요도 크다.
캔톤 네트워크 관점에서도 한국의 과제는 단순한 토큰 발행보다 실제 운영 실험에 가깝다. 루즈 CEO는 “한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토큰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발행 자체보다 운영 영역을 먼저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담보 관리, 환매조건부채권과 증권금융,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 결제 인프라를 핵심 영역으로 꼽았다.
결국 RWA 시장의 다음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자산을 발행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실제적인 금융 운영 구조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루즈 CEO는 “한국은 자본시장과 기술 역량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고립된 시범사업이 아니라 담보·금융조달·결제 분야에서 실제 운영을 전제로 한 파일럿”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