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갈까, 부락 갈까"⋯록 페스티벌, 왜 뜨겁나 했더니 [엔터로그]

입력 2026-06-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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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지난해 8월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의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8월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의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록 윌 네버 다이(Rock will never die)!"

더위도 관객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운드 체크 시간 손부채질로 열을 식히다가도 무대 위에서 기타 리프와 베이스, 드럼 사운드가 터져 나오면 관객들은 곧장 무대 앞으로 돌진하는데요. 목이 쉬도록 떼창하고, 깃발을 따라 움직이고, 낯선 이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같은 리듬에 몸을 맡깁니다. 록 페스티벌의 풍경이죠.

관객들은 무대 앞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숙소와 식당, 편의점, 교통편으로 일사불란하게 흩어지죠. 하나의 무대를 보는 데서 공연이 끝나는 게 아니라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에서 하루 혹은 수일짜리 경험을 소비하는 셈입니다.

이 열기는 록 페스티벌의 산업적 위치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티켓 판매는 물론 식음료와 굿즈, 교통·숙박, 지역 관광까지 함께 움직이면서 특정 장르의 축제를 넘어 공연 산업의 수요를 확인하는 장이 됐는데요. 오랜 역사의 축제는 도시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새로 등장한 축제는 국경을 넘나드는 음악 교류 플랫폼을 자처합니다. 록 페스티벌의 '몸값'이 다시 계산되는 요즘이랄까요.

▲(출처=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XMF, 렛츠락 페스티벌 공식 SNS)
▲(출처=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XMF, 렛츠락 페스티벌 공식 SNS)

10월 '락페 대전' 열린다…관객들의 선택은?

관객들의 기대를 받는 페스티벌이 잇따라 출격할 예정입니다. 여름에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다음 달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고요. 가을에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렛츠락 페스티벌, 신생 페스티벌 XMF 2026(Xnterstellar Music Festival 2026)이 잇따라 관객을 맞죠.

특히 10월 일정이 눈에 띕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개최되며, 렛츠락 페스티벌은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립니다. 여기에 한일 음악 교류를 내세운 XMF 2026 역시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인천 개최를 예고했습니다.

기존 대형 페스티벌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새로운 페스티벌까지 가세하면서 '10월 락페 대전'이 펼쳐질 예정인데요. 개천절 연휴를 낀 가을 성수기에 록 페스티벌들이 동시에 관객을 겨냥한다는 건 관객층이 두텁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각 페스티벌이 겨냥하는 시장은 조금씩 다릅니다. 펜타포트가 여름 대표 대형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상징성을 이어간다면,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지역성과 원정 관객을 결합한 가을 대표 축제로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렛츠락은 서울 도심 접근성과 국내 밴드·대중음악 라인업을 강점으로 삼고, XMF 2026은 한국과 일본의 음악 신을 잇는 신생 플랫폼을 표방합니다.

이는 록 페스티벌 시장이 하나의 형태로만 커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여름 대형 야외형, 가을 지역형, 서울 도심형, 국제 교류형처럼 페스티벌 모델이 세분화되고 있는데요. 같은 록·밴드 음악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관객이 원하는 경험, 이동 거리, 소비 방식, 라인업 취향에 따라 다른 상품으로 나뉘는 셈이죠.

▲2024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시)
▲2024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시)

장수 페스티벌의 힘…경제 효과까지 톡톡

록 페스티벌의 산업적 가치는 실제 경제 효과로도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입니다. KT 통신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축제인구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8월 1∼3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5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는 총 16만6000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대 최대 관람객 수였죠.

중요한 건 이 숫자가 단순한 입장객 규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분석에서 직접적인 경제 효과는 약 836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사흘간 열린 음악 축제가 수십만 명에 가까운 이동을 만들고, 숙박과 교통, 식음료, 주변 상권 소비까지 함께 끌어낸 겁니다. 록 페스티벌이 공연장 안에서만 돈이 도는 행사가 아니라, 개최 도시 전반의 소비를 건드리는 콘텐츠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부산국제록페스티벌도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2023년 3만여 명이 방문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지난해 7만 명 수준으로 규모를 키웠는데요. 2023년 1.5%에 불과했던 외국인 비율도 지난해 2.6%로 늘었습니다. 특히 최근 3년간(2023~2025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을 포함한 부산 소재 8개 축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1조656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고용 창출 효과는 1만514명에 달했죠.

이 같은 경제 효과는 단순히 관객이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록 페스티벌은 여러 음악 페스티벌 중에서도 유독 관객의 결속력이 강한 편입니다. 관객이 무대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떼창과 슬램, 기차놀이, 깃발처럼 직접 현장의 분위기를 만드는 참여형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데요. 낯선 이들과 함께 뛰고 노래하며 같은 무대를 관람한 경험은 일종의 공동체 감각으로 남습니다. 무더위와 비, 긴 대기 시간까지도 '그해 페스티벌의 추억'으로 공유되면서 재방문을 이끄는 힘이 되죠.

일반 단독 콘서트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합니다. 보통 공연이 수 시간 관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 록 페스티벌은 관객의 체류 시간이 훨씬 깁니다. 낮부터 밤까지 무대 앞에서 머무는 데다가 중간중간 푸드존과 굿즈 부스를 찾고요. 공연 전후로 지역 상권을 이용합니다. 특히 부산국제록페스티벌처럼 타 지역 관객이 많이 찾는 '원정형 페스티벌'은 교통과 숙박 소비까지 함께 발생하기 마련이죠.

이 지점에서 록 페스티벌은 지자체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문화 상품이 됩니다.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반복적으로 관객을 불러들이는 도시의 시즌 콘텐츠가 되기 때문입니다. 펜타포트가 인천의 여름을 상징하는 축제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부산의 가을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로 자리 잡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난해 열린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출처=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식 SNS)
▲지난해 열린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출처=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식 SNS)

한일 음악 교류도…신생 XMF가 보여준 다음 무대

그런가 하면 신생 페스티벌은 또 다른 방식으로 록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습니다.

XMF 조직위원회는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인천에서 XMF 2026을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XMF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톱 밴드·아티스트가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음악 축제로, 양국 정상급 밴드와 아티스트 22팀이 이틀간 관객과 만날 예정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 축제가 단순한 해외 아티스트 초청형 페스티벌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XMF 2026은 XMF 조직위원회와 NPO 법인 일한문화교류회가 공동 주최하고, 일본 문화·엔터테인먼트산업진흥협회(CEIPA)와 일본음악제작자연맹(FMPJ)이 처음으로 공식 후원하는 국제 교류 페스티벌입니다. 한국과 일본 음악 산업이 함께 키우는 공동 브랜드 성격이 담겼죠.

페스티벌명인 'Xnterstellar'에도 이 같은 방향성이 반영됐습니다. 'X'는 교차와 연결, 확장을 상징한다는데요.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과 감성이 한 축제 안에서 만나는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록 페스티벌이 한 국가 안의 장르 축제에서 벗어나, 국경을 넘는 음악 산업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데이비드 임 XMF 조직위원장도 XMF를 "사상 최초 한일 양국이 함께 키워 가는 공동 브랜드"라고 설명했습니다.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두 나라 음악 산업이 손잡고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로 XMF는 올해 10월 한국 개최에 이어 내년 7월 3일부터 4일까지 일본에서도 페스티벌을 선보일 계획이죠.

이는 최근 한일 양국의 음악 소비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 밴드와 J팝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국내 밴드 역시 일본을 비롯한 해외 무대로 활동 반경을 적극적으로 넓히는 중입니다. 신생 페스티벌이 한일 음악 교류를 전면에 내세운 건 단순한 콘셉트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수요를 산업적으로 묶어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죠.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XMF는 기존 글로벌 페스티벌 문법과 다른 접근을 보여줍니다. 영미권 대형 헤드라이너에 의존하는 방식은 섭외 비용과 이동·체류 부담이 큽니다. 반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 시장에 집중할 경우 이동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양국의 밴드·라이브 음악 팬덤을 겨냥할 수 있습니다. 한일 음악 교류라는 명분과 페스티벌 산업의 효율성이 맞물리는 지점입니다.

특히 XMF의 등장은 록 페스티벌이 더 이상 지역 축제나 내한 공연의 확장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장수 페스티벌이 특정 도시의 문화 브랜드로 몸값을 키웠다면, 신생 페스티벌은 국가 간 협력과 음악 산업 네트워크를 앞세워 또 다른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록 페스티벌의 무대가 도시를 넘어 국경 밖으로 넓어지는 셈입니다. 물론 신생 페스티벌인 만큼 관객 동원력과 라인업 완성도, 운영 안정성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긴 합니다.

록 페스티벌의 몸값은 더 이상 라인업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관객을 움직이고, 그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며, 공연장 밖에서 어떤 소비를 만들어내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됐는데요. 밴드 사운드로 끌어모은 열기가 티켓 판매와 지역 경제, 도시 브랜딩, 국제 교류로 번지는 요즘. 록 페스티벌을 향한 시선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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