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비중 높을수록 정상기업도 악영향⋯산업별 적시 퇴출 시급"

입력 2026-06-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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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비중 1%p 오르면 정상기업 투자·고용 0.18%p ‘뚝’
"덩치 큰 ‘외감 좀비’가 자금 독식…구조조정 우선순위로 적절"

▲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국내 산업 곳곳의 '좀비기업(한계기업)'이 경제 활력 전반을 갉아먹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금융기관의 만기 연장이나 정부 지원, 대기업 계열사 등 도움으로 파산하지 않고 연명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정상기업들도 투자나 고용 등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주요 경제지표가 양호한 현 시점이 각 산업별 구조조정의 적기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15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BOK경제연구(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특정 산업 내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p) 높아질수록 해당 산업에 속한 정상기업 투자와 고용 성장률은 약 0.14~0.18%p 저하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현상은 단기에 그치지 않고 2~3년간 지속돼 정상기업 수익성과 생산성을 만성적으로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 한은 시각이다.

보고서는 5년 이상 관측된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이자보상배율 1 미만)가 3년 이상 지속된 곳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했다. 한은이 규모별 한계기업 수를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비외감 한계기업이 외감 한계기업보다 많았다. 반면 대형 외감 한계기업들이 자원을 많이 차지하는 이른바 '거대 좀비(Large Zombies)' 현상을 나타냈다. 실제 2023년 기업 총자산에서 외감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달해 비외감 기업(2.3%)의 두 배를 웃돌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한계기업의 존재는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자원 배분 왜곡 현상이 심각하다"면서 "부실기업들이 시장에 계속 남아 자원을 독점하면 건전한 정상기업들이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자금이나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혼잡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계기업 이슈는 단순히 부실기업 수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채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지원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자원 배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계기업 혼잡효과의 칼날은 가장 먼저 소규모 비외감 정상기업으로 향했다. 대형 좀비기업들이 금융 자원을 선점하는 과정에서 정작 정상적인 소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며 성장 기회를 박탈당하는 ‘작은 피해자(Small Victims)’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차장은 "혼잡효과의 부정적 현상은 소규모 비외감기업과 비제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한계기업 생존 장기화에 따른 악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적 효과도 뚜렷한 것으로 봤다. 한은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시장 내 한계기업의 25%를 과감하게 퇴출시킬 경우 묶여 있던 자원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경제 전체의 총요소생산성(TFP)은 0.2%, 부가가치는 0.35% 개선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부작용도 일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한계기업 퇴출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던 정상기업의 약 0.3%가 거래처 부실화 여파로 인해 동반 부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구조조정이 시급한 산업과 업종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차장은 "굳이 (구조조정의)우선순위를 설정한다면 외감 기업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시장에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별 한계기업 수치를 언급하면 특정 산업이 타깃화돼 진행될텐데 이 경우 나머지 산업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다"며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각 산업별로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최근 신현송 한은 총재 발언(햇빛이 비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을 빌려 국내 경제 상황이 양호한 현 시점이 구조조정 적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이 완충제도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이 차장은 "한계기업 연명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이 영세한 비외감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회생이 어려운 기업은 제때 시장에서 나갈 수 있도록 적시 퇴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의의 정상기업들이 협력업체 부도 등으로 타격을 입지 않도록 충격을 완화해 줄 보완 정책을 사전에 촘촘히 정비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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