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야드냐 노동감시냐…조선업 덮친 CCTV 갈등

입력 2026-06-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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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 노조, 산업전환협약 쟁점으로 영상장비 기준 제기
회사는 중대재해 예방·스마트야드 전환 필요성 강조
노조는 감시·통제·징계자료 악용 가능성 우려

조선업계의 스마트야드 전환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장 영상장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CCTV, 드론, 센서,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을 확대해야 한다는 회사 측 논리와, 작업자 동선과 작업 과정이 상시 기록될 경우 노동감시와 징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노조 측 우려가 맞부딪히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 자부는 최근 산업전환협약 논의 과정에서 사내 영상장비 운영 기준을 주요 쟁점으로 제기했다. 노조는 사내 영상장비가 안전관리 목적을 넘어 감시·통제, 인사·징계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영상장비 운영 현황을 노사가 함께 점검하고,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기준을 협약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노조가 문제 삼는 핵심은 영상장비 자체가 아니라 활용 범위다. 조선소는 대형 블록 이동, 고소 작업, 밀폐 공간 작업, 중량물 운반 등 위험 공정이 많은 사업장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고 예방과 즉각 대응을 위해 영상 기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조는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설치된 장비가 현장 작업자의 태도, 이동 경로, 작업 속도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바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현재 산업전환협약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와 지부는 영상장비 운영 현황 점검, 목적 외 사용 금지, 데이터 관리 기준 명확화 등을 두고 협의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노조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하청노동자도 협약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조선소 현장 상당 부분을 협력업체 노동자가 담당하는 만큼, 디지털 안전관리 체계에서도 원·하청 간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디지털 안전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가 잇따르면서 위험 공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상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스마트야드 구축을 추진하는 조선사들은 CCTV뿐 아니라 드론, IoT 센서, AI 영상분석 등을 활용해 작업장 위험요인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안전관리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다만 디지털 장비가 늘어날수록 노동감시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영상과 데이터가 누적되면 사고 원인 분석뿐 아니라 작업자 평가나 징계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소처럼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한 현장에서는 데이터 접근 권한과 활용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더 민감하게 번질 수 있다.

비슷한 논란은 다른 조선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한화오션에서는 바디캠과 영상·데이터 수집을 둘러싸고 노조 반발이 나온 적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자동화 공정과 실시간 감지 센서 시스템 등을 활용해 디지털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조선 3사 모두 안전관리와 생산 효율화를 위해 현장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는 흐름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디지털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은 필요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감시로 받아들이면 제도는 작동하기 어렵다”며 “영상과 데이터 활용 원칙을 투명하게 정하고 노사가 함께 점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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