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도에 색을 칠해 본다. 오세훈 후보가 이긴 자리는 빨강, 정원오 후보가 이긴 자리는 파랑. 빨간 면적은 4년 전보다 줄었는데, 빨간색은 더 진해졌다. 오세훈 당선인이 서울 전체에서 얻은 표의 비율은 4년 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는데, 강남 결집은 더 단단해진 것이다. 강남 3구의 보수 득표율이 서울 평균을 앞선 격차는 12.0%포인트. 강남·서초·송파가 지금처럼 따로 집계된 2002년 이후 가장 벌어진 수치다.
투표용지가 모자라 못 열었던 잠실7동 투표함까지 5일 개표를 마친 결과, 오세훈 후보는 49.22%로 48.07%를 얻은 정원오 후보를 1.15%포인트 차로 눌렀다. 표차는 6만 표 남짓. 정 후보는 25개 자치구 중 15곳에서 앞서고도 강남 3구에서만 20만 표 이상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더 넓은 파랑을 더 진한 빨강이 뒤집었다.
강남 쏠림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진했던 적은 없었다. 2002년 이명박 후보 때 강남 3구와 서울 평균의 격차는 7.7%포인트, 2018년 김문수 후보 때는 6.3%포인트까지 옅어졌다. 오세훈 당선인 본인도 압승했던 2022년의 격차가 10.7%포인트였다. 그 선이 이번에 12.0%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보수의 서울 전체 득표율이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강남은 선거를 거듭할수록 더 붉어졌다.
빨강을 진하게 만든 요인으로는 부동산이 지목된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였고,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대출·세금이 강화되는 지정 구역)으로 묶였다. 공시가격은 서울 평균 18.6%, 강남권과 한강벨트는 20%대로 뛰었다. 강남·용산 같은 자산 핵심지에서 재산을 지키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했고, 부동산 정책이 강남층을 자극한 결과라는 진단이 잇따른다.
같은 유권자가 구청장과 시장에 정반대의 표를 던진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구청장 선거에선 민주당이 17곳을 석권했지만, 시장은 오세훈 당선인에게 갔다. 동네 살림을 맡길 구청장에는 파란 표를, 집값을 좌우할 시장에는 빨간 표를 던진 셈이다.
지도를 다시 펼친다. 광역 12곳을 석권하고 영남까지 되찾은 이재명 정부가, 정작 수도 서울을 내줬다. 규제로 눌러둔 집값이 표로 되돌아온 것이다. 면적이 아니라 색의 농도가 답이라면, 서울에서 표를 가르는 것은 어느 편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가졌느냐다. 서울을 가른 선은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집값에 그어져 있다. 부동산이라는 숙제를 읽지 못하면, 2년 뒤 총선에서도 같은 지도를 또 펼쳐 들게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