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회계사 수습기관 지정 고시 개정
지도회계사 요건 완화…합격자들 회의적

금융당국이 미지정 회계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의 수습 문턱을 낮추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구조적인 커리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본질적인 유인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회계사 실무수습기관 지정고시를 개정해 합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국회, 법원, 국민연금공단 등에서도 수습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특히, 일반 대기업 등 소위 인하우스 수습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지도공인회계사의 경력 요건'을 기존 7년 이상에서 4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수습 회계사를 배치받는 기업 입장에서 수습 관리자를 지정하기 훨씬 수월해진 셈이다.
정부는 수습 기관과 부서를 대폭 넓혀 대형 회계법인에 쏠린 병목 현상을 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작 합격자들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첫 단추를 빅4에서 끼우지 않으면 자본시장에서 영영 뒤처질 수 있다는 구조적 공포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현재 회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는 빅4(삼일, 삼정, 안진, 한영) 회계법인의 감사나 자문 부문에서 대기업·상장사를 다뤄본 경력이 없으면 향후 몸값을 높여 이직하기 어렵다는 공포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합격자들은 일반 기업 회계팀 등에서 수습을 시작하면 독립적인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 단순한 회계·재무 담당 직원에 그칠 수 있다는 박탈감을 토로한다. 라이선스(자격증)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채 커리어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렇다고 빅4가 아닌 중견·중소 및 지역 회계법인 취업도 쉽지 않다. 지역 회계법인이 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아, 연간 채용 규모가 100~200명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확대한 '지도회계사 확인 하에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인정하는 부서'라는 모호한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기업 회계팀'으로 뭉뚱그릴 것이 아니라, 회계사의 전문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규정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일반 대기업의 투자유치(IR), 인수·합병(M&A), 전략기획, 감사위원회 보좌, 자금 조달 부문 등을 'CPA 수습 인정 전용 직무'로 명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업에는 고급 회계 인력을 핵심 부서에 배치할 기회를 주고, 합격자에게는 빅4 못지않은 자본시장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 트랙을 보장해 줄 때 비로소 인하우스 수습 제도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합격자들이 로컬 법인이나 일반 기업을 기피하는 것은 당장의 급여 차이 때문이 아니라 미래 커리어가 단절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며 "기업에는 고급 회계 인력을 단순 경영지원 업무가 아닌 핵심 전략 부서에 배치할 기회를 주고, 합격자에게는 빅4 못지않은 자본시장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 트랙을 정부가 보장해 줄 때 비로소 인하우스 수습 제도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